[MI특별기획 ③ 대기업 농업진출 명과 암] 暗 “영세농민 생존권 침해”
상태바
[MI특별기획 ③ 대기업 농업진출 명과 암] 暗 “영세농민 생존권 침해”
  • 이한듬·최수진 기자
  • 승인 2016.07.26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산업 사례 학습효과로 영세농민 생존권 위협 우려도 커
FTA로 쌀시장 개방돼 농민 입지 줄어든 영향도 배제 못해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농업의 선진화, 고부가가치화 등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서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중소·영세농민들의 생존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 LG그룹이 새만금에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한다고 밝히면서 이해관계가 다른 대기업과 농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대기업 배불리기에 영세농민 몰락

LG그룹 계열사인 LG CNS가 전북 군산시 새만금지구에 2022년까지 총 3800억원을 들어 스마트 바이오 파크 조성에 나섰다. 첨단온실, 식물공장, 연구개발센터, 가공과 유통시설 등을 갖춰 기존 비닐하우스보다 10배 이상 생산성이 높고 난방비와 자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LG는 이를 통해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해 국내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고자 전량 수출하고 다른 작물 생산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농민단체 전북도의회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최근 전북 농민단체들은 “LG의 농업 진출은 농민을 재벌의 노동자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국내 시설원예 농가 붕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도의회는 LG의 스마트 바이오 파크 계획의 즉각 철회와 정부의 대기업 옹호 중단을 촉구했다.

농민들이 이처럼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결사반대 하는 이유는 1990년대 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사조그룹, 하림 등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져 영세 축산 농가들의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하림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시작했지만 사료제조, 양계장 운영, 육계가공, 판매 등으로 진출하며 닭고기 가공업뿐만 아니라 사료사업부터 농가 운영까지 닭고기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5년 18만호에 육박하던 사육농가는 3000여호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하림이 달걀 유통업까지 진출하는 등 그 영향력을 넓힌 것을 이미 경험한 영세농민들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더욱 반대하고 있는 것.

◇ 급변하는 농업시장에 입지 좁아져

이미 한국 농업시장은 빠르게 이뤄지는 시장 개방 등의 영향으로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위성곤 더민주 의원에게 제출한 ‘농축산물 무역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7대 곡물 가운데 수입산의 비중이 7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베트남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외국산 농산물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값싼 외국 농산물의 공세에 농가소득은 점점 줄고 있는데 LG를 시작으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시스템과 자본에 취약점을 지닌 영세농민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G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기업이 농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LG CNS가 스마트 바이오 파크 조성에 나선 것처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은 모바일을 활용한 스마트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8월부터 카카오파머 제주를 통해 제주 감귤 모바일 유통에도 나선다. 20~30대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직간접적인 농업진출 시도에 농민들은 “기업은 결국 이윤을 더 많이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며 “기업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에 수익을 올리겠지만, 농민은 저임금 근로자로 내몰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