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렉시트와 트럼프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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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렉시트와 트럼프 그리고 한국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07.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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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 최근 국제사회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현상이다.

두 현상에는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솔루션 재단에 의하면 브렉시트 찬성표가 높은 지역들의 특징은 최근 소득 감소를 겪은 곳이 아니라 1980년대부터 가난했던 곳이다. 영국의 제조업은 1970년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1980년대의 대처주의 이후 쇠퇴했다. 대신 런던을 중심으로 금융 중심의 서비스 국가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은 특정지역, 특정대학을 나와 전문 직업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집을 사고, 편안하게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국가의 복지혜택과 급여를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일을 통해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지게 된다. 이런 관점은 세대를 거쳐 누적됐다.

일부 정치꾼들은 인종차별주의를 이용해 그들의 반감을 자극시켰다. 당신이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닌 EU 때문이다. 저기 있는 폴란드 사람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 정치꾼들은 EU 탈퇴로 아낀 돈을 건강보험에 모두 투입해 세금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약속은 투표가 끝나자마자 없던 일로 됐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감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비롯해 파리기후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폐기해 중산층의 세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를 보고 있으면 마치 2차 대전 당시 히틀러가 독일의 경제난이 유대인 때문이라고 비방한 것과 유사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두 나라에서 나오는 구호는 ‘영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라든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자’라는 식의 막연하고 향수에 잠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이면에 깔린 생각이란 외국인이나 낯설게 생긴 이들이 나라를 뒤바꾼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영국과 미국은 같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이 몇 몇 단어를 살짝만 바꾸면 한국과도 너무 흡사해 우려된다. 부의 양극화, 계층 간 사다리 단절, 세금 문제, 외국인 혐오 등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땅에서 저들과 같은 정치적 협잡꾼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걱정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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