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로 겉도는 실손보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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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로 겉도는 실손보험 정상화
  • 송현섭 기자
  • 승인 2016.07.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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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심사기능 사실상 부재…당국 미봉책만 내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변동추이 <그래픽=보험연구원 제공>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개선 계획이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겉돌고 있다.

3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해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고 진료비 논란을 차단키 위해 심사업무를 위탁하는 실손보험 개선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일부 가입자의 의료쇼핑과 의료진의 과잉 진료행위로 손해율이 오르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해 결국 선의의 가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손해율을 낮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실손보험을 단계적으로 개편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내년까지 보험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에 실손보험제도 개선작업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금융위는 현행보다 진료비 자기 부담비율을 높이는 등 실손보험 상품구조를 개편하고 관련 인프라 정비에 나서는데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제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계의 강한 반발은 금융당국이 과잉진료 논란이 많았던 도수치료 등을 보장내역에 제외시키고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심사평가업무를 외부기관에 위탁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미묘한 갈등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올라가는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것”이라며 “보험업계는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일부 의료진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높은 손해율이 보험사 책임이란 주장은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듯 자기부담비율이 상향 조정되자 보험금 청구가 크게 줄어든 것에서 부인된다”며 “의료계가 실손보험 정상화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당국은 올 연초에도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변경해 보장범위를 축소했는데 의료계는 의학적 근거도 없이 하지정맥류 수술을 미용개선 목적으로 간주했다고 반발하며, 손해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못 믿겠다며 제도 개선에 대한 의료계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과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최근 열린 제도개선 정책세미나에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현격한 견해차가 드러난데다,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간 미묘한 갈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서 진료비 심사 위탁문제가 거론되자 김홍중 생명보험협회 시장자율관리본부장은 “전체 비급여 코드의 표준화와 함께 진료비 세부내역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실손보험의 (진료비)심사(평가)를 전문기관에 위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시장업무본부장은 상품구조가 개편돼도 (건강보험)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봉책이라며 비급여 관리체계 개편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사는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나 매년 수조원 수익이 나고 있다. 무분별한 마케팅에 반성도 없이 의료계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이사는 또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과 보험사의 불합리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에 대해 의료계 단체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보험업계 일각에선 ‘나이롱’ 환자와 교통사고 전문 진료를 자처한 의료기관들이 저질렀던 도덕적 해이를 심사평가 위탁으로 해결한 선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선을 둘러싸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야기되는 것은 정확하고 공정한 진료비 심사평가제도가 확립되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라며 “교통사고 진료비 심사평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한 뒤 과잉진료 등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손보험 문제는 건강보험 비급여 부분에 대한 진료비 심사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교통사고 진료비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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