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다만 생리대가 비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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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다만 생리대가 비쌀 뿐이다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6.06.29 14: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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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경제사회부 차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며칠 전 비싼 생리대 가격 때문에 신발깔창에 화장지를 넣고 버텼다는 어느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된 바 있다. 이 학생은 생리를 할 때면 학교에도 갈 수가 없었다는 말에 가슴이 시리면서도 한편으론 도대체 생리대 가격이 ‘얼마하기에?’라는 의문도 들었다.

최근 생리대 가격이 인상됐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남자’인 필자에겐 남의 이야기였다. 그 가격을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중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는 여성에게 생리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데 함정이 있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하루에 두세 개 정도 쓰나?’라는 의문도 취재를 위해 알아보니 그들은 하루 평균 8개를 사용하고, 한 달 평균 40개, 한 해 동안에는 무려 480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11세부터 50세까지 40년간 1만9200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낱개로 한 개 기준으로 331원이다. 이를 한 달 사용량에 대입하면 한 달에 평균 1만3240원이다. 또 1년에는 15만8880원이고, 평생 동안 635만5200원이 필요하다. 물론 더 이상 생리대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나온 계산이다. 여기에 용도에 따라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과 그 때 오는 고통을 참으려고 복용하는 진통제 가격까지 포함한다면 그 금액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어제(28일)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영계 대표 위원들이 2017년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전히 최저시급은 6030원이다.

생리대 가격이 얼마나 비싼가 하면 수입 없는 여중생이 한 달 치 생리대를 사용하려면 최소한 세 시간은 따로 시간을 내어 일을 해야 한다. 단지 생리대 구매만을 위해서 말이다.

최저시급이 낮은 것인지 생리대 가격이 비싼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일본(181원), 프랑스(218원), 덴마크(156원), 미국(181원), 캐나다(202원) 등은 가볍게 뛰어넘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리대는 여성필수품으로 지정돼 2010년부터는 부가세 10%를 지급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를 비롯한 ‘생리대 공룡회사’들은 ‘독과점·고품질’을 무기로 ‘생활필수품’을 볼모로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25.6%를 올렸다.

생리를 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있어 축복이자 기본권이고 생존권이다. 또한 신성한 것이다.

생리대 제조회사에서는 ‘중저가 생리대 생산’ ‘생리대 기부’ 등의 이름으로 여전히 전반적인 생리대 가격 인하에는 인색한 입장이다.

우리나라에는 부담스러운 생리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여학생이 약 10만여 명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어떤 뾰족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장 생리대 지원이 필요한 10만여 여학생에 대한 대책 제시뿐만 아니라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기만 하는’ 생리대 가격의 진실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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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 2016-06-29 19:09:16
남성의 입장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내용을 알기쉽게 써주셔서
잘 읽었습니다..입에 올리거나 남자들 사이에서 주제로 삼기 어려운 내용 일텐데
고맙습니다...대안은 뭘까..? 생각해보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