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학물질 누출 사고 되풀이…대부분은 人災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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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학물질 누출 사고 되풀이…대부분은 人災서 비롯
  • 매일일보
  • 승인 2016.06.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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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울산과 경북 구미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8일 오전 2시 38분께 구미국가산업3단지에 입주한 이코니에서 화학물질 3톤이 유출됐다. 유출된 화학물질은 구미합동방제센터가 모두 회수했지만 이 회사가 질산, 염산, 불산 등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어서 아찔한 상황이었다. 같은 날 오전 9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는 황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6명이 화상을 입었다.

화학물질은 유출됐을 때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984년 인도의 보팔시에서 발생한 이소시안산메틸(MIS) 폭발 사고가 대표적이다. 주민 50만명이 피해를 당했다. 작년 8월 중국 텐진(天津)항 화학물질 보관 창고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도 피해가 엄청났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창고에 무엇이 보관돼 있는지도 모르고 뿌린 물이 화학물질과 반응하면서 대형 폭발이 일어나면서 확대됐다. 창고에 청산가리 성분인 맹독성 시안화나트륨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반경 3㎞ 이내 접근이 금지됐고 화학전 부대까지 투입해야만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공단에서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이 물만 뿌려대는 바람에 불산이 연무(煙霧)처럼 주변으로 확산됐다. 중화제인 소석회는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당시 불산 8톤 누출로 5명이 목숨을 잃고 1만13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주변 농작물 피해면적 또한 212ha(64만평)에 달했으며, 이 곳에서는 상당 기간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정부가 유해화학물질 관리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을 정도로 이 사고의 충격은 컸지만 화학물질 사고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뉴얼대로 시설 개선이나 인력 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화학물질 사고를 근원적으로 막는 게 어려운 이유이다. 기업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사고가 또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시설 개선에 힘쓰고 관리 인력을 제대로 확보해 안전 점검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정부는 보다 철저히 지도·점검에 나서야 한다. 현재 유해화학물질 등록 대상에 연간 120톤 이하의 유독물질을 사용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빠져 있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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