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초 편법 영어 교육은 교육격차 심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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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립초 편법 영어 교육은 교육격차 심화시켜
  • 매일일보
  • 승인 2016.06.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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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서울의 사립초등학교 3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곳이 편법으로 영어 선행교육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초등학교에서 왜곡된 형태의 과열된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이들을 대상으로 최근 영어교육 특별장학을 진행한 결과 밝혀졌다. 적발된 초등학교들은 현행법상 정규교육과정에 영어를 가르칠 수 없는 1∼2학년에 대해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을 정규수업시간에 앞당겨 편성했다. 또한 3∼6학년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영어를 가르쳤다.

그동안 초등학교 간의 영어교육 격차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자 결국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2014년 9월 발효됐다. 이 법은 학교는 국가 및 시·도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며, 편성된 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발된 학교들은 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의 수업을 정규수업 시간에 편성한 것이다.

영어는 세계 공통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에 영어교육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영어 조기 교육 붐이 불면서 영어유치원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고 그 비용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를 심화시켜 결국 계층 상승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부의 세습을 고착화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초등학교의 영어교육도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교육비 지출은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계층의 경우 66만5461원인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은 8만3297원에 불과했다. 무려 8배나 차이가 났다. 이렇듯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편적 공교육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공교육이 붕괴되면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들에 경고처분을 내리고 추가 장학지도에 나서기로 했는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편법을 막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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