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호家 형제의 네버엔딩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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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호家 형제의 네버엔딩스토리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6.05.2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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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툭하면 법정다툼을 벌이던 형제 간 갈등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이야기다.

지난 2009년 분리 경영 이후 수많은 법정다툼을 벌이던 이들이 지난해 잠시 화해국면을 맞이하나 싶었지만 최근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또 다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서로 등을 돌린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형제간 다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법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화(지분 12.61% 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우량기업 금호터미널을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금호기업에 매각하고 양사를 합병키로 한 것에 대해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에 관련 자료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 의사록만 열람 가능하다고 답변해 회계장부 등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하고 이달 4일에는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이 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이 같은 인수합병이 차입인수의 전형적인 형태라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호터미널이 사실상 박삼구 회장의 개인 회사인 금호기업을 흡수 합병한다는 것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지분 매각 및 합병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984년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형제 경영을 유지하던 금호家 형제의 갈등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자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것.

2010년부터 그룹 창립기념일 행사도 따로 치르던 이들은 2013년 상표권 소송으로 법정다툼의 포문을 연 뒤, 배임 혐의 고소와 형사 고발 등을 이어가며 남다른(?) 우애를 자랑했다.

지난해에는 박삼구 회장이 “가족 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족 간 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형제 간 갈등이 해소되는 듯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의 집안싸움은 늘상 있는 일이다. 그 내막이야 조금씩 다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심에는 언제나 ‘돈’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너무도 당연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가족은 살 수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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