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美대통령 히로시마 방문 악용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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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美대통령 히로시마 방문 악용을 경계한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5.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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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45년 8월 6일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오는 27일 방문한다고 미국과 일본 정부가 10일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다음 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이곳을 찾아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예정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함에 따라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미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일본의 침략으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엄청난 참화(慘禍)를 겪었다. 그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는 이러한 침략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일본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은 빼놓고 원자폭탄 피폭국이라는 사실만을 강조해 왔다.

한국과 중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는 일본의 침략을 생생하게 경험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생존해 있다. 일본이 얼마나 잔혹한 행위를 했는지를 이들은 절절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치인들은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때마다 찾고 있다. 국가를 위해 희생당한 전몰자를 추모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말이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교묘한 수사(修辭)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 그렇기에 최초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을 방문하는 상징성도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 침략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은 그 순수한 뜻이 일본에게 역이용당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은 채 교묘한 말로 피해자들을 기만해 왔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우려이다.

우리가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일본의 침략 사실 회피 면죄부로 이용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배경이다. 일본이 결코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야말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것이다. 이번 방문은 이러한 점을 인식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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