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2명 중 1명은 사이버폭력에 ‘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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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2명 중 1명은 사이버폭력에 ‘무감각’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6.05.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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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2명 사이버폭력에 노출…대부분 ‘언어폭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사이버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해 고등학생 2명 중 1명은 ‘정당한 행동’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5 사이버폭력 실태조사’(2015년 10월22일부터 11월13일까지 전국 초(4~6)·중·고 재학생 총 3천명 대상, 우편진행, 신뢰도 95%, 표본오차 ±1.79%p)에 따르면 사이버폭력을 행사한 고등학생 43.6%가 가해 이후 ‘정당한 행동이라고 느꼈다’고 답했다.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2명(17.2%)은 최근 1년간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피해학생 중에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마저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폭력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언어폭력,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17.5%로 지난 2014년과 비교하면 3.5%p 증가했다.

사이버폭력 가해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언어폭력이 15.8%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따돌림, 명예훼손, 스토킹 등은 2~3% 이내로 비교적 적게 나타났다.

가해 대상은 ‘인터넷에서 아이디나 닉네임을 알뿐 실제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48.9%로 나타났고, 평소 알던 사람도 47.1%로 비슷한 수준으로 나와 친분과 관계없이 폭력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가해 이유(복수응답)는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보여 보복하기 위해’가 43.9%로 가장 많은 답변을 보였고, ‘상대방이 싫어서, 화가 나서’가 34.8%로 그 뒤를 이었다.

‘재미나 장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22.8%), ‘내 의견과 달라서, 상대방이 틀린말을 해서’(16.5%),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14.6%), ‘주변에서 함께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려고’(6.3%) 등을 가해 이유로 꼽은 학생도 있었다.

가해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이버폭력에 대한 죄책감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학생에게 가해 이후의 심리를 물었더니 ‘정당한 행동이라고 느꼈다’는 답변에 초·중·고등학생이 각각 22.8%, 34.6%, 43.6%로 답했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비율은 33.1%, 29.7%, 24.9%로 고학년일수록 낮게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들은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다거나(31.7%·복수응답) 우울·불안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18.4%), 공부하고 싶지 않고 학교에 가기도 싫었다(10.6%), 친구를 만나거나 사귀기가 힘들었다(7.2%) 등 부정적인 심리변화가 뚜렷했다. 심지어 자살·자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5.8%)는 답변도 있었다.

피해학생들의 대처는 대부분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방 차단·내 아이디나 이메일을 삭제 또는 변경하는 학생이 39.1%였으며,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학생도 27.5%나 됐다.

반대로 해당 웹사이트 신고(17.4%), 상담 및 신고센터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3.3%) 등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한 학생은 소수에 불과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이버폭력은 육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체폭행에 비해 언어폭력이나 집단따돌림으로 이어져 어른들이 좀 더 깊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자칫 더 커다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단순히 학교나 학생들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주위 가족들이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해 학창시절을 트라우마로 남지 않게 노력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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