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망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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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망자는 말이 없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04.18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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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제품의 유독 물질 때문에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제조사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뒤로는 사건 은폐를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면서도 말이다.

2011년 공론화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5년이 지난 현재에서야 본격적으로 수사되고 있다.

한 때 친환경을 강조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가습기 살균제는 공식적인 집계만 530명의 피해자와 142명의 사망자를 유발했다.

이 중 영국계 생활용품 회사 레킷벤키저의 한국지사인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403명으로 피해자의 4분의 3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2월 옥시 제품을 포함한 6개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 주성분인 화학물질(PHMG·PGH 등)이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옥시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대해 실제 제품에 들어간 화학물질의 농도와 다르게 진행됐고 동물을 대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실험해 문제가 있다며 제품과 피해자들의 죽음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에 의뢰해 유해성 반박 실험도 내놨다.

하지만 최근 해당 실험이 제조사 측의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춰 의뢰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2011년 이전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불만사항 게시글을 삭제한 것이 드러나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을 미리 인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제조사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의 배경에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허술한 법망 체계 때문이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도 2011년 말에야 가습기 살균제 판매 중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폐손상을 유발한 화학물질의 사용을 사실상 전면금지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그동안 해당 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옥시를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내려진 행정 제재도 몇 푼 안 되는 과징금이 전부였다. 과징금 부과 이유도 직접적인 제품 하자 때문이 아니라 허위 광고를 이유로 들었다.

과징금 액수는 옥시가 5000만원, 다른 업체들은 100만원씩을 받았다. 한 회사는 폐업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피해갔다.

옥시도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신설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옥시 법인은 청산됐기 때문에 법률로만 따지면 이번 가습기 살균제 공소권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100명이 넘는 국민이 죽었음에도 5년 넘게 수사만 진행되고 이마저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2016년 한국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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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맨 2016-04-19 16:13:22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정말 어추구니가 없는 기사내요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니 10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