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수저’가 만든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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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수저’가 만든 ‘헬조선’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3.27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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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이번 주 건설업계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개인 운전 기사 폭행·폭언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이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개인 운전 기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고, 이에 시달려 온 운전 기사들이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해 지난 22일 최초로 언론에 공론화 된 것이다.

사실 이해욱 부회장의 행태는 그 동안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쉬쉬해 오던 일이었다.

대기업 임원 등 VIP 개인 운전 기사들의 인터넷 커뮤니인 ‘수행기사’ 카페에서 ‘대림산업’이나 ‘이해욱’ 등으로 검색을 해 보면 이해욱 부회장의 개인 운전을 담당했던 기사들의 경험글들이 넘쳐난다.

물론, 글과 댓글들의 대부분은 자신들도 이해욱 부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들이다.

문제가 되는 커뮤니티에서 글이나 댓글을 올릴 수 있는 ‘정회원’들은 해당 카페의 관리자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자신이 대기업 임원 등의 VIP 인사의 개인 수행 기사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직접 제시해야만 게시물과 댓글 쓰기 권한이 주어진다.

즉, 단순히 언론에 노출된 기사만을 보고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 기사가 아닌 사람들이 위장해서 글을 쓸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해당 카페에서 이해욱 부회장의 폭행과 폭언 경험글들이 쓰여진 시점 역시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는 이해욱 부회장의 폭행과 폭언이 단순하게 최근의 일이 아니라 최소 5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결국 지난 25일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산업의 정기 주주총회장에 나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날 대림산업 주총에서 이사회 결의에 따라 현직에서 물러난 임원은 대림산업 오너가인 이해욱 부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인 김동수 사장이었다.

김동수 대림산업 전임 사장의 퇴진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간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 사장 스스로 오래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고, 그것이 마침 이번 주총 때 의결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폭행·폭언 사건의 당사자이자 책임 당사자인 이해욱 부회장은 오너가 장남으로서 이번 주총에서도 부회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아무리 김동수 사장의 퇴진과 이해욱 부사장의 폭행 공론화 사건이 시기상으로 우연히 겹쳤다고 해도 오너가 장남인 '금수저' 출신의 이해욱 부사장은 현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전문경영인 출신의 김 사장만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현 상황은 당연히 깔끔하지 못한 모양새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이해욱 부회장이지만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욱 부회장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운전 기사들이나 회사 내 다른 사람들인 셈이다.

지난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부터 최근의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폭행 사건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불미스러운 사안까지 모두 문제 당사자인 금수저들은 책임 논란에서 빠지고, 흙수저인 타인들이 대신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헬조선’화는 ‘금수저’인 기업 오너들의 이런 ‘모럴 해저드’ 사태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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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777 2016-03-28 00:58:19
수고가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