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업계, ‘거수기’·‘관피아’ 오명 속 주총시즌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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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건설업계, ‘거수기’·‘관피아’ 오명 속 주총시즌 도래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03.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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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팀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지난 11일 삼성물산은 합병이후 첫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직을 대표이사와 분리하는 안건 등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들은 그동안 따라다녔던 ‘거수기’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한정하지 않음으로써 이사회 운영의 위헌성을 개선하고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8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전문가가 대기업 총수나 대주주, 오너일가의 경영을 견제하는 장치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사회의 의장이 대표이사 등에 한정돼 있어 사외이사들이 기업총수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진행된 이사회에서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한해 받아가는 보수가 평균 5700만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삼성물산의 정관개정은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사회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건설업계에서 사외이사들은 아직도 ‘관피아’라는 오명에서는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달 주요 건설사들의 주총이 예고된 가운데 이번 주총 안건들은 전직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재선임 건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주총에서 박성득 리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재선임, 김영기 세무법인티앤피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을 냈다. 박성득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의원, 김영기 대표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쳤던 인물이다.

GS건설은 주인기 세계회계사 연맹 이사와 권도엽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등 2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나섰다. 주인기 이사는 감사원 감사위원, 권도엽 상임고문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역임했던 경력이 있다.

대림산업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평가위원을 지낸 박상욱 서울대 경영대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며,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있었던 박순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재선임건을 주총 의제에 올렸다.

이처럼 전직 감사원, 국토부, 법원 등 핵심 권력기관 출신 관료들이 사외인사를 맡으면 전관예우를 통한 정경유착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직 권력기관 출신들을 통해 규제나 불법행위에 대응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건설사들은 신년사에서 ‘외적성장’보다 ‘질적성장’을 강조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질적성장은 실적개선 뿐만 아니라 내부 의결과정의 투명화도 포함된다는 것을 업계는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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