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와 이사(ISA)하세요…증권맨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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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와 이사(ISA)하세요…증권맨은 한숨만
  • 서호원 기자
  • 승인 2016.03.1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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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서호원 기자

[매일일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어. 아직 상품 출시도 안됐는데 영업부터 하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야.”

최근 여의도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장소를 불문하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만능적금 통장이라고 불리는 ‘ISA’ 때문이다.

오는 14일 출시를 앞둔 ISA는 각종 펀드와 예금·적금, 파생결합상품,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투자자가 원하는 비중만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한달전부터 ‘증권사와 이사(ISA)하라’는 TV 광고를 선보이며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증권사별로 최대 10만계좌의 목표치를 수립하는 등 직원 1인당 할당량까지 제시하면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ISA 계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상품 초기에 대세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SA는 금융회사 한 곳에서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계좌를 유치하지 못하면 이후 추가 유치 기회는 힘들어진다.

이에 따라 증권맨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등 불만과 푸념이 넘쳐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SA)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주요성과 지표 점수를 낮게 받아 향후 승진 인사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요즘 가족이나 지인들한테까지 연락을 해 가입 부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영업지점별로 직원당 200계좌를 유치하라는 지시가 떨어질 정도로 증권맨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에는 ISA 계좌 개설 업무를 지원할 단기 계약직까지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ISA 출시가 얼마 남지 않으면서 증권가는 분주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증권사의 무분별한 사전 가입자 모집이 상품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아 불완전판매로도 직결될 여지가 많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경쟁이 과열된 경향이 있다”면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의 고객 쟁탈전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ISA 계좌에 담길 상품이나 수수료 구조가 어떤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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