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전보상 없애면 연차를 사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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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전보상 없애면 연차를 사용할까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6.02.2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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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근로자들이 연장근로를 소득증대의 수단으로 생각해 오히려 연장근로를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 하고, 연차휴가도 사용률이 57.8%에 불과할 정도로 여가보다 수당을 선호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제39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한 발언이다.

박 회장은 근로자들이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의 연장근로를 선호하는 것이라며, 연장근로 할증률을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미사용 연차에 대한 금전보상을 금지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곧장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각 포털의 관련 기사에는 “돈이 없어 일하는건데, 월급을 올려 월급만으로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연차휴가를 자유로이 쓸 수 있는 근로환경이면 당연히 쓰지, 휴가를 쓰려면 눈치를 주니까 일하는 것”, “그런 법 만들거면 연차휴가 안보내는 기업이 벌금 내는 것도 법에 넣어라”, “이제 곧 연차도 못쓰고 돈도 못 받는 시대가 될 것”, “연차 내도 이메일 확인하라는 전화 오고, 연차 냈는데 회의 잡고 잠깐만 나오라고 하는 게 현실” 등 박 회장을 성토하는 댓글 수천여건이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시퇴근, 연차휴가 사용은 근로자들의 ‘꿈’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63명을 대상으로 ‘출근시간과 조기 출근의 효율성’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질문에 29.41%가 ‘출근시간보다 20~30분 정도 빨리 도착한다’라고 대답했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 빨리 도착한다’는 의견도 11.76%에 달했다.

조기출근이 업무에 효율성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52.94%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현재 상사·회사의 지시에 의해 조기 출근한다면 일찍 출근한 만큼 조기 퇴근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다’는 대답이 92.16%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4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직장인들이 사용한 연차일수는 약 6.4일이었으며 잔여연차일수는 7.4일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제의 책임을 근로자들의 ‘돈욕심’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감을 사기도 어렵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정부가 이끌고 경제계가 뒷받침하는 노동개혁이 노동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적어도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영계가 인식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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