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꽃뱀 경계령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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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꽃뱀 경계령 발효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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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마음으로 시작된 사랑 '독이 되어 퍼진다'
[매일일보=이재필기자]매일일보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자는 인천에 사는 차 모씨(26). 그는 인천에 위치한 한 사창가에서 일하는 윤락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전해왔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인천으로 향해 차 씨를 만나 봤다.

인천에서 만난 차 씨는 전화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겉보기에도 순박하고 착실해 보였다. 그런 그가 도대체 어떤 사기를 당했다는 것일까.

차 씨가 말한 내용은 순진한 남자에게서 사랑이라는 사탕발림으로 돈을 뜯어낸 꽃뱀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 1월 중순 쯤. 차 씨는 젊은 혈기에 여성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런 그가 당시 선택한 행동은 돈을 주고 사창가에서 여성을 사는 것. 그러나 그것은 해서는 안 될 행동임은 물론이고 불행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차 씨는 한 사창가로 들어가 여성을 고르고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쯤 기다리자 방으로 윤락녀 봉 모양(24)이 들어왔다.

차 씨는 이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성 욕구를 풀려고 그곳을 찾았어요”라며 “봉 양 하고도 그냥 한번 만나고 말 사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때 이 둘을 엮어 놓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봉 양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차 씨를 보고 마구 울어 댄 것이다.

차 씨는 봉 양의 이러한 행동에 놀라며 그녀를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고 봉 양은 그런 그의 품에 안겨 10분가량을 울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됐을까. 봉 양은 차 씨를 바라보며 “아저씨 오늘 나 하루만 사줘요”라고 말했다.

차 씨는 그녀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흔들렸다. 예상치 못했던 행동이긴 하지만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봉 양이 차 씨는 측은한 마음도 들고, 싫지 않았다.

결국 차 씨는 7만원을 예상했던 화대를 18만원으로 늘리고 그녀를 하루 동안 샀다. 그날 하루 동안 봉 양과 있으면서 차 씨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봉 양이 사창가로 흘러 들어오게 된 이유에서부터 여기서 나갈 수 없는 이유까지, 차 씨는 점점 안쓰러운 봉 양이 좋아 지기 시작했다.

빠져버린 늪. 돌이킬 수 없다

그는 “그녀가 어린 나이에 결혼을 실패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됐고 그걸 메우기 위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하더라고요”라며 “근데 들어온 이후 오히려 빚이 늘어,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거예요”
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 그녀가 당시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게 보였어요. 같이 있어주고 싶고 보살펴 주고 싶더라고요”라며 당시 자신의 심정을 설명했다.

하루가 지나 헤어질 시간이 되자 봉 양은 차 씨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주면서 그의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했다. 보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헤어진 그들. 그러나 차 씨는 봉 양이 시간이 지날 수록 보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차 씨가 대학교 등록을 시작할 때였다. 봉 양이 차 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받은 차 씨는 보고 싶다는 봉 양의 말에 데이트 약속을 잡고 데이트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밖에서 본 그녀는 일반 대학생과 다름이 없는 수수하고 평범한 여자였어요”라고 전했다. 평범하게 데이트도 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낸 이들. 차 씨는 이제 봉 양이 윤락녀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봉 양을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그렇게 그 둘은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나 차 씨가 마음을 열자 봉 양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매상 올리기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해 ‘힘들어 죽겠으니 나 좀 꺼내 달라’고 요청했던 것. 이에 차 씨는 어쩔 수 없이 이틀에 한 번 꼴로 18만원을 들여 그녀를 하루 동안 샀다고 한다.

집안이 넉넉한 편이어서 돈 부족함을 모르던 차 씨였지만 이때부터는 돈에 쪼들렸다고 한다.

그는 “어쩔 수 없잖아요. 보고만 있을 수 없죠. 저도 맘고생 많았어
요.”라며 “당시에는 오죽 힘들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와주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저도 이틀에 18만원씩 감당하기란 너무 벅차더라구요”라며 당시에 봉양에게 들어가던 액수가 학생으로서는 버거운 액수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건 서론에 불과했다. 차 씨가 자신을 도와준다는데 생각이 미친 봉 양은 순진한 차 씨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기에 이르렀다.

만나고 한 달쯤 시간이 흘러서 봉 양은 차 씨에게 강원도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기쁜 마음에 이를 허락한 차 씨는 그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봉 양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여행지에서 잠자리를 가질 무렵 봉 양은 차 씨에게 결혼을 하자고 프로포즈를 했다. 놀란 차 씨는 그녀가 윤락녀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나 착실한 그는 그녀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 결혼을 허락했다.

꽃뱀의 사슬.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결단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가 차 씨에게 요구한 것은 빚 갚을 돈 천 만원이었다. 더 이상 사창가에서 있을 수 없으니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 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차 씨는 이 말에 공감했다. 결혼해서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해서든 그곳에서 그녀를 빼내야 했기 때문이다.

차 씨는 주저함 없이 천만 원을 그녀에게 넘겨줬다. 아직 학생이었던 그의 이번 달 등록금과 1년 치 오피스텔 값을 합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깝지 않았다. 부모님께 부탁하면 이 정도는 어떻게든 메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도 어서 그녀를 빼내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그러나 여행에서 다녀온 직후 그녀는 돈과 함께 차 씨에게서 행방을 감췄다. 사창가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차 씨는 “아 정말 ‘사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구요. 전 정말 제가 이렇게 당할 줄 몰랐거든요”라며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윤락녀라는 사실을 알고도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구해주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국 봉 양을 찾을 수 없었던 차 씨는 그녀를 잊어가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 5월 그녀가 다시 그를 찾아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녀는 차 씨를 보고 웃고 있었다. 차 씨는 떨리는 가슴을 다잡고 ‘어떻게 된거냐’고 그녀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봉 양이 한 말이 가관이었다.

그녀는 “천만 원으로 사창가에서 풀려나려 했지만 돈이 부족하더라고. 그래서 도망치려고 하다가 붙잡혀서 지금까지 갇혀있었어”라며 “앞으로 2천만 원만 더 있으면 확실히 나올 수 있는데 어떻게 구해줄 수 없겠어?”라고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는 차 씨는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 전에 준 천만 원도 간신히 해준 거야. 지금 나에게 그만한 돈은 없어”라고 전했다.
그러자 봉 양은 차 씨에게 “그럼 내가 잘 아는 사채업자가 있는데 당신 명의로 돈 이천 만원만 갖다 쓰자”라고 말했다.

이에 순간 정신이 바싹 든 차 씨는 ‘아차’ 싶었다. 그는 “정말 그때는 아차 싶더라구요. 한 달 동안 안보일 때. 그때 까지는 몰랐죠. 그래도 무슨 일이 있겠거니 싶었죠.”라며 “하지만 제 명의로 사채를 끌어 쓰자고 할 때는 정말 ‘이건 아니다. 내가 꽃뱀한테 물렸구나’라는 생각이 확 지나가더라구요”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꽃뱀한테 당했다고 느낀 차 씨는 눈물이 났지만 참았다고 한다. 그길로 돌아서 ‘돈 천만 원은 너에게 준다’고 말하며 연을 끊자고 전했다고 한다.

그는 “비록 사기였지만 저는 정말 사랑했거든요. 그런 그녀를 돈 천만 원에 신고를 하거나 하고 싶지 않았어요. 뭐 어차피 받기도 글렀구요”라며 “참 어떤 놈이 꽃뱀한테 걸리나 생각했었는데 제가 걸리더군요. 정말 당해 보지 않으면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럼 이처럼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그가 매일일보로 제보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차 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처럼 제보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순식간에 자신도 모르게 당하는 게 꽃뱀이에요. 이런 건 미리 알고 있어야 당하지 않죠”라며 “사람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알려서 예방차원으로 제보를 한 겁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길 바라지 않거든요”라고 제보에까지 이르게 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차 씨의 말대로 꽃뱀과 같은 사기를 당하는 많은 사람들 역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나마 차 씨는 미혼이었고 협박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피해도 덜했다. 그러나 기혼남성일 경우 이러한 사건에 엮이면 간통죄라는 법망과 이를 이용한 협박에 피해가 커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사랑이라는 것은 둘이 해야 하는 것인 만큼 어느 한쪽이 불미스런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혼이라면 시작도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사회적으로 성관련 범죄가 늘어나는 지금. 순진한 마음을 이용한 범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맘 놓고 사랑하기도 힘든 시대가 되어 버렸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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