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선용 철도건설 공약, 공수표 남발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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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총선용 철도건설 공약, 공수표 남발이 우려스럽다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02.1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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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굵직한 철도건설 사업이 총선용 공약으로 여겨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시적인 효과를 내는 철도건설 정책은 첫 삽을 뜰 때까지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돼 구체적인 계획 없이도 구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향후 10년간 철도망 구축의 기본방향과 추진전략을 담은 중장기 계획인 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추진사업에는 기존 사업 49개와 신규사업 32개가 선정됐다.

사실 올해 안에 착공을 시작하는 사업은 전무하다. 그러나 발표와 맞물려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마치 사업이 금방이라도 시작할 것처럼 자신들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의 핵심인 춘천~속초선도 이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포함됐다. 이를 가지고 강원도 춘천에 출사표를 던진 황환식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춘천을 종점에서 출발점으로 만들고 국비를 2배 확보해 인구 33만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계획단계에 포함됐을 뿐 30년간 착공을 두고 논란이 많았고 사업비로 2조2114억원 가량이 필요해 실질적인 추진은 아직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주 갑에 출마를 선언한 박상길 새누리당 예비후보도 이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포함된 GTX파주와 3호선 연장 등의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이재홍 파주시장도 동일한 내용으로 지역시민들과의 대화 자리를 갖고 치적쌓기에 나섰다.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도 문제다. 올해 책정된 SOC 관련 예산이 지난해보다 6%가 줄어든 가운데 재원을 고려한 정책 발표는 드물다. 대표적인 게 최근 제주공항 마비사태로 탄력이 붙은 목포~제주 해저터널 논의다.

김용철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를 결정하면서 “전남도와 국토부가 공조해 전남 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제주도 까지 이르는 해저터널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을 선거구의 차주홍 새누리당 예비후보도 이에 지지않고 목포~제주 해저터널사업을 중앙 정부에 건의하고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목포와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에 총 16조8000억원이라는 비용이 들것으로 추산돼 결정적으로 이번 구축계획안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도 없이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식의 공수표 남발은 아쉬운 대목이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들 예비후보들에겐 이번 중장기 계획이 좋은 기회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유권자에게 의미있는 시선을 받기 위해선 한번 혹하고 말 건설호재 보다는 현실성 있는 자료와 재원마련 방안이 먼저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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