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주 제2공항 선정, 훈풍 뒤 후폭풍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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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주 제2공항 선정, 훈풍 뒤 후폭풍 오나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01.1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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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제주도 제2공항의 입지 선정을 두고 제주도와 성산읍 주민들의 설왕설래가 극화되고 있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와 제주도가 공동 진행하기로 했던 ‘제주 제2공항 주민 설명회’가 파행됐다. 지역 주민들의 농성 등의 반발과 불참 탓이다. 이후 성산읍사무소로 장소를 옮겨 설명회를 강행하려고 했으나 이것 역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10여분만에 종료됐다.

제주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선정된 성산읍(온평·신산·난산·수산·고성리) 주민들은 제2공항 예정지 북쪽에 위치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가 황폐화 될 것 등의 문제를 들어 부지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철새들이 항공기와 충돌해 죽음에 이르는 ‘버드스트라이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소통’에 있었다.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됐다는 도와 국토부의 결정에 주민들은 어떠한 상의도 없었다. 실제로 7일 성산읍 주민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평가기준을 들어 “(공항 입지 선정에는) 이해 관계자들의 조언을 찾고 노력하는 것이 필수”라며 제2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의 결여를 지적했다.

7일 설명회 파행도 소통의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입지를 미래 평가해 선정해두고,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나선 도정에 주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더욱이 단상점거 등으로 파행된 설명회를 장소를 옮겨 ‘강행’하는 모습에서, 이후 또다시 파행이 이어지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오늘 설명회는 특정 주민들이 아니라 제주도민들 모두에게 국토부가 설명하는 자리다”라며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통보’라는 인상을 깊게 남겼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주민과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손명수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은 “공항건설 사업의 특성상 주민의 의견을 물어서 하게되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몰라 객관적인 연구 후의 결과 공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아무런 논의없이 다수의 필요에 따라 최적의 입지로 선정됐다는 통보에 응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어 원 지사는 “이번 용역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저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라며 “다음 단계에서는 성산읍사무소에 사무실을 설치해 토지 감정 등 주민들의 의문점이나 상담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일대일로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하는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입지선정에 대한 주민들의 논의는 시작도 안했는데 보상과 같은 ‘다음 단계’를 논하는 관계당국을 보며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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