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③ 저유가 시대 웃고 울고] ‘저유가=저수익’ 공식 깬 정유업··실적도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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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특별기획 ③ 저유가 시대 웃고 울고] ‘저유가=저수익’ 공식 깬 정유업··실적도 사상 최대
  • 김백선 기자
  • 승인 2016.01.05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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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영업익↑
유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재고손실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저유가가 저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깬 정유업계가 내년 실적도 고공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유가의 급락과 경기침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부진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제유가 하향 안정세로 줄어든 원료비 부담과 석유제품 공급부족으로 형성된 높은 정제마진이 정유사의 실적을 견인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총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3분기 누적 SK이노베이션이 1조6730억원, GS칼텍스가 1조968억원, 에쓰오일이 8605억원, 현대오일뱅크가 45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총 4조893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뒀다. 4분기에도 올해 1분기 수준의 흑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업계에선 저유가에 따른 대규모 적자 폭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지난해들어 급락세를 넘기고 안정적인 저유가 시대로 들어서자 실적은 단번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총 8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본 정유 4사가 올해 더 낮은 유가 흐름이 이어졌음에도 전반적인 호황을 누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저유가와 정제마진 개선이 이끌어 냈다. 2014년 중반까지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두바이유는 지난해 53.27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5월 최고치인 65.06달러를 기록했다. 8월에 배럴당 50달러 선이 무너졌고, 현재는 7년여만에 최저인 30달러 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하락은 단기적으로 정유사들에게 악재다. 하지만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 원유 구입비용이 감소되면서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정제마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구입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LPG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원유 구입비용, 물류비용, 공정비용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 실적 그 자체다.

4분기 현재 정제마진(싱가폴 복합정제마진 기준)은 배럴당 평균 7.2달러로 지난 3분기 평균 6.3달러보다 높게 형성돼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한다.

이 같은 환경은 올해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낮아진 유가에 따라 수요 증가와 높은 정제마진 환경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원유 수출 허용도 국내 정유사에게 좋은 기회다. 원유선택의 폭이 다양해질 뿐 아니라 기존 거래선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원가를 지불하면서 원재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유가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유사들은 일일 정제량의 25배인 6250만배럴 정도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6250만달러(650억원)의 재고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유가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재고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두바이유가 7달러가량 하락하는 등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고손실이 급증했다.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 수요감소가 나타날 경우 정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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