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정자의 신중한 말 한 마디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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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정자의 신중한 말 한 마디가 중요하다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12.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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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연말을 맞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있다. 이런 분위기는 올 추석 이후부터 시작됐다.

특히 미국발 금리인상 신호가 끊임 없이 위기 상황을 부추겼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긴장감이 팽배해졌다.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 대출 창구의 문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 정부다.

가계 대출 증가와 주택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메시지를 받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을 내놓으며 주택 담보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는 1200조원을 넘어선 천문학적인 규모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가구가 5만여 가구로 늘어나며 한 달 만에 미분양 가구 수가 54.3%나 증가했다.

정부로선 천문한적인 가계 부채도 줄여야 하고, 건설사 연쇄 도산의 신호탄인 미분양 주택 증가를 막기 위해 주택 공급 과잉 현상도 방지해야 한다.

문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국토교통부 장관과 같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나 가계 부채 대책을 관리하는 위정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나치게 경솔해 현재 위기의 부동산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기재부장관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적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같은 각종 대출 촉진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고 문을 활짝 열어준 정책이나 다름없다. 국가 정책의 아젠다를 책임지고 있는 총 책임 관리자의 메시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책임감 없는 발언이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8개월만인 지난 11월 국토부 장관에서 경질당하고 또 다시 이번 달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된  유일호 국회의원은 지난 21일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우려할만 한 규모가 아니고, 주택 공급 역시 과잉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문제는 바로 그 5일전인 지난 16일, 국토부 수장인 강호인 장관이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점이다. 국토부 장관이 주택 공급 과잉을 걱정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인데  경제부총리 내정자인 유일호 의원은 불과 며칠 사이에 국토부 수장과 정반대로 현 주택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

국토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은 우리나라 주택 시장과 대출 정책을 총괄하는 무거운 자리다. 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작게는 한 가정의 주택 구매 여부에서부터 크게는 대형 건설사의 한 해 사업 대책에 이르까지 파급력이 크다.

주택 공급 과잉 여부에 대한 해석도 그렇다. 실제로 위례, 광교, 동탄, 미사 등 일부 2기 수도권 신도시들의 올 한해 주택 공급량이 예년에 비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 아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린다는 의견도 많다.

어느 한 가지 잣대로 우리나라 주택 시장이 공급 과잉이나 공급 부족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지역별로 세세하게 주택 공급 과잉 여부를 판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과 유일호 기재부 장관의 혜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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