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극단적 능력주의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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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극단적 능력주의 경계해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11.1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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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연말인사를 실시하겠다”

기업들의 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온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말들이다. 성과가 있는 곳엔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임직원에겐 당근을 그렇지 못한 임직원에겐 채찍을 들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능력중심 문화는 비단 기업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확산 추세에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역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능력중심의 사회를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너도 나도 능력중심을 외치며 바야흐로 ‘능력주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능력주의는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성과를 낸 자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줌으로써 개인의 능력을 추켜세우고, 업무의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서운 생각도 든다. 개인의 성과가 기업이나 사회,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을 무능력자나 저성과자로 무자비하게 낙인찍어 걸러내는 분위기가 당연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대기업은 성과가 부족한 자들을 상대로 퇴출프로그램을 시행, 한때 죽음의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전례를 볼때 피고용자의 고용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러시아 출신의 한국 전문가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한국학전공)는 저서인 비굴의 시대 서문에서 극단적인 능력주의가 인종주의처럼 작동하여 무능력자나 저성과자는 무자비하게 걸러내야 한다는 분위기는 국가와 자본이 주도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각자도생의 더러운 사회는 재벌 공화국의 지배층이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피지배자를 이긴 결과에서 비롯된다고도 했다.

물론 박 교수의 개인적 견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분명 한번쯤은 곱씹어 봐야할 문제인 것 같다. 현재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부르짖는 능력주의가 과연 진정으로 건전한 경제생태계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몰고 오는 것일까.

개인의 능력은 개인마다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잘하는 분야가 각자 다른 것이다. 이 같은 다중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양분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를 무능력자나 저성과자로 낙인 찍을 수는 없는 일이다.

능력주의의 확산을 외친다면, 양날의 검과 같은 능력주의의 균형추를 어떻게 잡을지도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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