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교육청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 '0원'...보육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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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교육청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 '0원'...보육혼란 우려
  • 허영주 기자
  • 승인 2015.11.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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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교육감 3곳만 편성…유치원 쏠림 현상 심화 가능성↑

[매일일보]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곳이 당초 예고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이 이끄는 13개 교육청은 모두 예산을 세우지 않았고,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4명의 교육감이 수장인 교육청 중 3곳은 관련 예산을 일부 편성했다.

교육청이 관리·감독하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모든 교육청이 편성했다.

이같이 대부분 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음에 따라 내년 어린이집 보육혼란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갈아타기'할 가능성도 높아져 유치원 입학전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모든 진보교육감, 어린이집 예산 미편성…대구·울산·경북은 '일부 편성'

10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은 대구·경북·울산 등 3곳뿐이다. 모두 보수성향으로 평가받는 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내년도 누리과정 6개월분 사업비로 957억원(유치원 593억원, 어린이집 382억원)을 예산안에 편성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유치원 누리과정 연간 예산 569억원을 모두 편성한 가운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465억원 중 9개월치인 348억원만 편성했다.

경북도교육청도 내년도 누리과정 사업비 예산으로 1660억원을 편성했고, 이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은 6개월분(493억원)만 반영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원 부족으로 어린이집 전체 예산 편성이 당장은 어렵다"며 "추후 국비 확보 등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14개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모두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

이 가운데 13곳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들이 수장으로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설동호 교육감이 '보수' 또는 '중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번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6332억원 가운데 유치원분만 편성하고 어린이집분 3807억원은 미편성했다.

전국에서 누리과정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누리과정 예산 1조559억원 가운데 유치원 5100억원만 반영한 채 어린이집 예산 5459억원은 미편성 했다.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이미 수차례 예산 미편성 방침을 밝힌바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감 협의 결과 내년 세입 규모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마련이 도저히 불가능했다"며 "정부가 법적 문제와 예산 지원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14개 시도교육청의 경우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 과정을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지방의회 심의에서도 그대로 통과되면 교육부 입장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라 다음년도 교부금 편성 때 이 부분(미편성 예산액)을 빼고 편성하는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경남도, 누리과정 예산 직접 편성 추진 논란

경남도교육청도 1456억원을 추산되는 내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했지만 1444억원으로 추정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자 '무상급식'을 놓고 도교육청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경남도가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도는 대신 교육청에 주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빼고 주겠다고 밝혔다.

도가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한 금액을 상계하고 교육청 전출금을 준다면 결국 교육청은 1444억원의 예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경남도교육청은 "도 전출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공립학교의 설치·운영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써야 할 재원"이라며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대통령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예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반발 중이다.

◇ 유치원 입학전쟁 심해질 듯…어린이집은 "생존권 위협"

대부분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실제 편성하지 않은 가운데 전국 시도의회 교육위원장들도 3일 정부가 무상보육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며 누리과정 예산 심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부 학부모들은 벌써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 이같이 고민하는 학부모가 늘 경우 가뜩이나 좁은 내년도 유치원 입학문은 올해보다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면 원아들이 유치원으로 빠져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러면 많은 어린이집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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