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 증가세 속 대기업 여신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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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출 증가세 속 대기업 여신만 줄어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5.11.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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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대손충당금 부담 등 영향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올해 주요 은행의 대출이 전체적으로 크게 증가한 가운데, 대기업 여신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대출 잔액은 올 1월 979조6374억원에서 올 9월 1035조8549억원으로 56조2175억원 증가했다.

영역별로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SOHO) 대출이 461조7499억원에서 499조5390억원으로 37조7891억원 늘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보)은 317조4309억원에서 331조5240억원으로 14조931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매각 방식으로 넘긴 약 29조원을 포함하면 올 들어 실제 주담보 증가액은 43조원 규모다.

또 개인신용대출은 5조2226억원, 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제외)은 2조8984억원 늘었다.

반면에 대기업 대출은 올 1월 102조8679억원에서 올 9월 99조822억원으로 3조7857억원 줄었다.

주요 은행들의 대기업 여신 감소는 무엇보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은행돈을 빌려가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대기업이 많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은행들이 부실 징후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여신을 줄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하나은행은 작년에 대손충당금으로 8886억원을 쌓았는데, 대기업 몫이 39.7%(3529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대기업 부실화로 인한 충격이 컸다.

우리은행은 작년에 적립한 대손충당금 2조7790억원 중 대기업 비중이 39.8%(1조184억원)였고, 외환은행은 4497억원 가운데 대기업 몫이 38.0%였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조7777억원의 충당금 중 23.9%를 대기업에 빌려준 돈 때문에 적립했다.

올 들어 이런 사정은 한층 악화됐다.

대우조선해양,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 여러 대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기업은행을 제외한 5대 은행의 대기업 여신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1.2%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기업 여신 연체율이 중소기업(0.67%)이나 가계대출(0.40%) 연체율의 2~3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 하강국면에서는 대기업은 커다란 부실이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소호는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고 수익성도 좋아 관련 대출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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