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말인사와 오너, 그리고 CEO
상태바
[기자수첩] 연말인사와 오너, 그리고 CEO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11.02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기업들의 연말인사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 언론에는 각 기업들의 인사 방향을 진단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 한해 경영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들이 유난히도 많았던 만큼 대대적인 쇄신을 바탕에둔 인사태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기업들의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로 압축된다. 성과를 낸 임원들에겐 승진을 보장하고, 부진을 면치못한 임원들은 승진에서 제외하거나 한직으로 좌천시킨다.

기업의 항해사인 최고경영자(CEO)는 책임이 더욱 클수밖에 없는데, 때문에 매년 연말 인사시즌만 되면 여론은 어느 기업의 CEO가 ‘자라목’이 됐는지를 진단하곤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인사 칼바람에 목을 잔뜩 움츠린 기업의 CEO가 누구인지, 그들은 왜 자라목이 되어야 하는지를 진단하는 기사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다만 오너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인사태풍의 무풍지대다. 매년 단행되는 인사에서 오너들은 전체 인사방향에 ‘의중’을 반영할 뿐, 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각 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에서 오너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를 하고 직접 현장을 챙긴다는 기사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경우 그 공을 오너의 뛰어난 경영리더십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패할 경우, 어느순간 오너의 이름은 사라지고 이 책임은 고스란히 CEO의 몫으로 돌아간다.

오너는 단지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CEO를 ‘단죄’하는 모양새다. 일부 재계 오너들에 대해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회사가 아닌 법인회사에서, 왜 매년 인사때마다 성과가 있는 곳엔 오너가 있고 실패가 있는 곳엔 CEO만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