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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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사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10.22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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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 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쓰이는 문구 하나가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글귀다.

탐욕에 눈이 멀어 실수를 저질렀다가 그 탐욕에 다시 속아 넘어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습성을 풍자하는 이 문장은 온라인 상에서 순식간에 유명해졌고 이를 이용한 각종 패러디 물이 넘쳐나기도 했다.

서양의 오래된 격언에도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의 욕심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주는 일도 빈번했다.

이러한 일이 지금 건설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이번이 집값을 올려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 하에 높은 가격의 분양가로 밀어내기 식 대량 공급에 나섰다.

그러나 이듬해 터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부동산 경기가 급격이 얼어붙자 건설사들이 전국 각지에 비싼 값으로 풀어놓은 베짱 분양 아파트들은 일제히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물량 공급 과잉이 이뤄지면서 일대 집값들이 폭락했다.

결국 이 공급과잉 사태는 입주가 이뤄지는 3~4년 후인 2010년경부터 입주 대란 사태를 불러왔다.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들, 특히 남광토건이나 성원건설과 같은 중견 건설사들이 부도 사태를 맞았고 전 재산을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들도 대량으로 발생했다.

이렇듯 2007년의 밀어내기 분양의 후폭풍은 지난 2013년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불러왔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현상이 2015년 현재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폐지하고, 부동산 규제 완화 및 대출 촉진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면서 오랫동안 바닥을 쳤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시장에 불이 붙자 건설사들은 지난 2007년의 교훈을 기억에서 지웠다. 밀어내기 분양이 한참 절정을 이루던 2007년 당시 전국 공급 물량이 22만 가구였던데 비해 올해 공급 예상 물량은 40만 가구로 두 배 가량 더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식 분양에 대해 “올해 이렇게 분양 물량을 쏟아내지 않으면 지금 남은 사업지들 못 털어내요. 내년 되면 시장이 또 어떻게 죽어버릴지 모르니까...지금 바짝 시장에 불 붙었을 때 다 털고 나와야죠”라고 해명한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이렇게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경영을 하면 그 피해가 일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점이다. 특히 가구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버블 폭탄이 터지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지난 2007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건설사들이 욕심을 줄여야 한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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