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금융권에 ‘여풍’은 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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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금융권에 ‘여풍’은 남 이야기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5.09.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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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 금용권의 여성 유리천장이 아직도 두텁기만 하다. 최근 여성 근로자의 기업 내 지위와 역할이 커지며 기업들 사이에서도 ‘여풍’이 불고 있다는 이슈는 이곳에선 그저 남 이야기다.

은행권의 여성임원은 전체 임원 중 10%도 차지하지 못한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1개 시중은행 및 특수은행의 ‘남·녀 임직원 성비 및 평균연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304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총 20명(6.6%)에 그친 것이다.

더욱이 산업은행과 농협, 외환은행에는 여성임원이 전무했고 하나은행(2%)과 신한은행(4%), 수협(1%)은 각 1명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은 4명(21%)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임금 수준에서도 남녀 직원 간 격차는 뚜렷하다.

여직원의 평균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남성 직원 평균연봉의 63%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남성 직원 평균연봉 대비 54% 수준에 불과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도 남성직원 평균연봉 대비 여성직원 연봉이 56% 수준이다.

평균 근속연수에서도 산업은행 남자 임직원은 27년10개월인 반면 여성 직원은 10년5개월로 차이를 보였다.

흔히 ‘금융권’이라하면 전문직종 가운데 대표적인 여성직업으로 여겨지던 것이 익숙한데 반해 실상은 꽤나 폐쇄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이 이번 국감서 재차 드러났다.

카드, 캐피탈 등 여신금융업계에서도 남녀 격차는 존재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0개 여신금융사의 지난해 남녀 월급 차이는 평균 308만원으로 조사됐다. KB국민카드가 489만원으로 남녀 격차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을 바탕으로 금융권의 신규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속에 이러한 성별 격차는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도 거스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일본의 금융권의 여성 임원 수가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일본의 11개 은행과 보험사의 여성 임원 수를 조사한 결과, 임원 이상 여성의 수는 올해 4월 기준 14명으로 전년의 5명에서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옆 나라 금융권에서도 여성 관리직의 비율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조건은 성별 형평성을 고려하기 이전에 업무 실적도를 고려한 ‘인재경영’이 자리잡아야 함에는 두말없다.

낡은 과거에 모른척 눈 감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국내 금융권이 인재 제일주의의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는 핀잔은 이제 지겨울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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