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혁, 근로자 양보만 바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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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혁, 근로자 양보만 바라선 안된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09.1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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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요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 같다. 정부가 연내 노동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관철 의지를 천명한 이후 연일 매스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개혁 추진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정부가 가장 먼저 메스를 댄 분야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차별 해소,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고용 확대 등을 목표로 정부는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 중이다.

노동개혁은 노사정간 타협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대타협을 이뤘다는 소식이 들려옴에도 이에 대한 재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시큰둥하다.

재계는 타협 수준이 기대에 못미쳐 노동개혁으로 평가하기 미흡하다는 입장이며, 노동계는 정부의 압박에 토끼몰이식 타협을 이뤘다는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개혁 시기를 연내로 못박아두고 밀어붙이기식 타협을 강행했으니 노동계의 이같은 불만은 공감되는 부분이다. 시한내 타협을 안하면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을 강행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속에서 울며 겨자먹기식 타협을 이뤘으니 분명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노동개혁이 떠들썩한 와중에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재벌개혁을 해야 정부의 4대 개혁이 성공한다던 여당 대표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요즘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노동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노동개혁을 빌미로 근로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경영계의 양보는 자발적인 투자를 약속했으니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15일 진행된 기재위 국감에서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기업의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지, 법인세를 올려서 가뜩이나 안 하는 투자를 줄이고 (기업을)해외로 나가게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OECD 가입 국가 중 최장의 근로시간과 최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노동개혁을 명분으로 밀어붙이기식 양보를 강행하는 것은 괜찮단 것일까.

모두가 100% 만족하는 대타협을 이끌어내긴 어렵겠지만, 대체 무엇이 급해 시한을 정하고 독자강행이라는 악수를 둬가면서까지 타협아닌 타협을 이끌어낸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것이다. 진정 국가의 대대적인 발전과 변혁을 위한 개혁을 원한다면 더 많은 논의와 대화, 일방이 아닌 서로 간의 양보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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