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가 지배하는 불공정사회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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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가 지배하는 불공정사회의 ‘맨얼굴’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5.08.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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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취업 청탁 스캔들 계기 ‘사법시험 존치론’ 확산
‘현대판 음서제’ 전락 로스쿨에 대한 회의 목소리도 커져

[매일일보] 여야 국회의원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자신의 자녀와 관련한 취업청탁을 넣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비판의 불길이 로스쿨 제도 자체의 불평등성과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 제도에 대한 존속 요구 확산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지난 6일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싼 등록금 때문에 로스쿨을 갈 수 없는 서민을 위해 사법시험을 존치해달라”는 성명을 내면서 이와 관련한 입법 청원서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서 지난 17일에는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과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학생, 고시생들이 희망하는 법조인 양성제도’ 토론회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올해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하창우 회장도 선거과정에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서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로 보인다.

법조계와 청년들이 사법시험 존치에 공감하고 있는 이유는 고졸 출신 변호사로 유명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법시험이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가장 큰 관문 중 하나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고 있는 고시생들은 “로스쿨은 한 해 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에 육박하고 고려대 로스쿨은 2074만원에 달한다”며 “경제적으로 부담없이 진학할 수 있는 사람이 상위 20%뿐인 로스쿨은 가진 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한다. 

▲ '돈이 있어야 법조인이 될 수 있나요?' 지난 6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회원들이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되려면 학위 취득을 위한 엄청난 학비를 감당해야 한다"며 사법시험의 존치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동아일보가 발표한 사법시험 존치 관련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를 보면 로스쿨 입학 절차가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56%로 과반을 훌쩍 넘어섰는데,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이유로 ‘부모 재력, 집안 등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3.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당사자인 고시생들은 물론 국민들도 이미 로스쿨 입학 단계에서부터 불공정성이 만연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번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파문을 계기로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의 취업에도 불공정한 사회적 관행이 끼어들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한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청년 의식 조사’(만 19~34살 청년 1500명 대상 온라인 설문)를 보면 ‘사회적 성취에서 부모의 경제적 지위보다 나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답변은 27.3%에 그쳤고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72.7%에 달했다.

특히 도전에 실패한 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점수화한 ‘패자부활 지수’는 28.8점으로 다른 지수에 비해 현저히 낮았는데, 이 지수에 중상층 이상이 37.7점인 것에 비해 하층의 경우 그 절반 이하인 17.2점에 그쳐 경제수준이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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