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 내서 집 사라‘ 할 땐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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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빚 내서 집 사라‘ 할 땐 언제고...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8.1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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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난 5월, 본 기자는 이 란을 통해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대책을 지적한 바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채 세 달도 지나지 않아 기자의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주택 대출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또 다시 수많은 국민들이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출규제 방안의 핵심은 대출 상환 방식의 변화와 대출 시 소득 심사의 강화다.

우선 대출 상환 방식을 현행 만기일시상환·거치식에서 분할상환·비거치식 방식으로 바꿨다. 그간엔 3~5년간 대출 이자를 상환한 후 원금을 갚아나갔지만 이제부턴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한꺼번에 갚아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당연히 채무자들의 부담이 대폭 늘어났다.

대출 조건도 대폭 강화됐다. 과거엔 대출 시 주택 등을 담보로 잡을 경우 이 자체가 상환능력으로 인정돼 대출이 나갔지만 이제부턴 담보물을 상환능력으로 치환하지 않고 대출 신청자의 소득 등을 중점으로 심사해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대출 받기가 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번에 대출 규제의 강화 방안이 발표된 이유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가계부채는 1100조에 달하고 그 중 375조원이 주택 대출이다. 당연히 정부로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이 크게 늘어난 가계 대출이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채질 한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경환 경제팀은 부동산 시장을 일으켜 경기를 살리겠다며 LTV·DTI 규제 완화를 통해 대출 제도를 대폭 완화했고, 국민들로 하여금 쉽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며 수많은 사람들을 대출 시장으로 떠밀었다.

물론 효과는 있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택시장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앞다퉈 주택 청약에 나섰고 건설사들은 근 몇 년간 최대 물량의 주택을 경쟁하듯이 공급했다. 적어도 부동산 시장만큼은 불경기를 모를 정도로 달아올랐다.

주택 시장의 호조는 당연히 가계 대출의 증가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 본디 주택은 그 가격이 워낙 비싸기에 일반 소비재와 달리 대출을 끼고 구매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누구나 다 아는 이런 사실을 정부가 지난해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무분별한 하우스 푸어의 범람을 막기 위해 대출 시 채무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충분히 타당한 국가 시책이다.

하지만 그 동안 대출 이자를 상환하고 원금은 추후 따로 갚아나가는 방법을 통해 가계를 꾸리면서 대출을 관리해왔던 국민들에게 갑자기 이자와 원금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는 심각한 가계 부담을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국민 개개인이 진 빚으로 돈을 돌려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한 정부다.

이랬던 정부가 가계 대출이 늘어나니 자신들의 실책을 국민 개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충분히 말바꾸기나 뒷통수 치기로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다.

불과 1년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정부의 태도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래놓고 그 어느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뢰하고 이에 따를 수 있겠는가. 좀 더 현명하고 세련된 가계 대출 관리 방안을 위정자들이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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