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표현은 분명히 담기겠지만 그 대상은 ‘피해자’ 아닌 ‘승리자’ 미국
[매일일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오는 15일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가 그동안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미흡하다 지적받아온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보다 훨씬 후퇴한 수준의 인식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7일 밤 회동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 간부들에게 보여준 담화문 초안에 전후 50년 담화인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전후 60년 담화인 고이즈미(小泉) 담화에 포함된 ‘사죄’는 물론 그와 유사한 문구도 없었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도 없었다고 한다.
NHK는 10일 정치권 관계자를 인용해 담화 초안에 ‘침략’, ‘사죄’, ‘통절한 반성’, ‘식민지 지배’라는 단어가 모두 명기됐다고 반박 보도를 냈지만 그간 아베내각이 과거사와 관련한 ‘말장난’들을 감안하면 단어 자체의 포함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맥락이 될 전망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집권당인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핵심 표현들을 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표현이 그대로 포함될 수는 있지만 표현이 들어간 맥락에 ‘진정성’이 담길지는 지켜봐야한다는 말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보면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사죄’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전쟁만을 특정해 지목하지 않고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로서 ‘침략’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문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가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 “일본의 행위만 ‘침략’으로 단정하는 것에 저항이 있다”는 의견이 담겼다는 점이 근거이고, 앞서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담화문에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이 담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반성은 일본이 전쟁 당시에 행한 여러 행위 중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초강대국 미국에 대드는 ‘패착’을 두었다는 점에 대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자민당 내에서 도쿄전범재판에 대한 재검증을 통해 전후질서에 대한 부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든가, 위안부나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해 최근 반복적으로 보여줬던 여러 말바꾸기와 영어 번역에 대한 해석 차이를 이용한 말장난들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 키우는 근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