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1] 고용절벽 만든 3敵 ‘정치인·기업·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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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절벽-1] 고용절벽 만든 3敵 ‘정치인·기업·자신’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5.06.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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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눈높이에 졸업 유예하고 스펙 쌓기…구직활동 포기 인원도 증가
실행 없이 우후죽순 정책·공약 발표…계약직·구조조정에 고용불안 확대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과거 취업 문제는 개인에게 그 책임이 전가됐지만 수년간 청년실업 문제는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개인 문제와 더불어 정책, 기업 등 고용 생태계의 불협화음이 고용절벽이라는 이름의 사회 문제로 고착화 된 것.

7일 통계청의 ‘201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9%에 달한다. 전년 대비 0.2%포인트 늘어난 것. 82.1%를 기록한 2005년 대학진학률과 비교하면 많이 하락한 수치이지만, 70% 이상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지난 4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2%로 4월 수치로만 따지면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OECD 직업역량 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핵심생산인구(30~54세) 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은 한국이 3.51배로 22개 OECD 조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도 않는 ‘니트족’이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5%에 달했다. 니트족 가운데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 비율은 84.6%로 집계됐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반면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직장에 대한 높아진 눈높이 때문에 청년들이 3D(Dangerous·Dirty·Difficult)업종으로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졸업유예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인턴 경험, 자격증, 토익 등 어학점수 등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및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니 청년들이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생산현장에 청년들보다 중장년층이 더 많아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D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목욕관리사, 식육처리기능사 등 3D업종 관련 자격증 취득에 주로 30~40대가 몰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20대와 30대 초반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D업종으로도 과감히 뛰어드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청년 고용 활성화 대책은 탁상행정에 머무르고 있어 고용절벽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강원 춘천에 위치한 강원대를 방문해 청년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을 오는 7월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고용대책 발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첫해 중소기업 청년 인턴 지원 등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부처 합동으로 한국형 직업학교 육성, 청년고용 우수기업 우대 등 일자리 단계별 청년공용대책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청년의 해외 취업을 독려하는 청년 해외취업 촉진방안을, 지난달에는 임금피크제 도입한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경우 월 최대 90만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의 대책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청년창업밸리 조성, 일자리창출센터 설립, 일자리 연간 10만개 창출 등 청년고용문제 해결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다.

아울러 지난해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 이행 결과도 지방공기업의 의무이행 비율은 54.5%로 겨우 절반을 넘은 수준에 그쳤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수많은 정책과 공약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시행하더라도 이행률이 떨어지면서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악화되고만 있는 것.

기업들의 경직된 고용 행태도 고용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 상위 30대그룹(금융그룹 제외)을 대상으로 ‘2015년 투자·고용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규채용은 전년 보다 6.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규채용은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정보원이 ‘워크넷’에 등록된 지난해 구인통계를 기업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의 비정규직 구인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반면 정규직은 40%에 불과했다.

정년연장·통상임금 도입 등으로 계약직 선호 추세가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잇따라 실시하면서 고용시장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

현대중공업은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며,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KT는 8000여명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희망퇴직도 단행한 바 있다.

이 밖에 기업들이 교육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신입 사원보다 경력직 사원 채용을 늘리는 것도 청년 실업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기업의 이 같은 행보는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반목을 부채질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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