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절벽 대해부-인구절벽②] 출산파업, 5포 세대의 절망
상태바
[3대 절벽 대해부-인구절벽②] 출산파업, 5포 세대의 절망
  • 김백선 기자
  • 승인 2015.05.06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청년세대, ‘평범’ 꿈꾸는 것도 사치…출산 거부? ‘저항’ 아닌 불가능과 고통의 비명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학업을 마친 후 취직하고, 연애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삶….”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삶의 요소들이 지금의 20~30대 청년들에게는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른바 ‘5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 마련을 포기한 세대)’라고 자조하는 청년들에게는 ‘평범함’을 꿈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특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한 취업사이트에서 20~30대 4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먼저 결혼(38.6%)과 출산(33.2%)을 꼽았을 정도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비용의 지출 등의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결혼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데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지원도 준비돼 있지 않다보니 큰 용기를 내야만 출산을 ‘결단’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 혼인 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 자료= 통계청 제공

‘통계’가 내지르는 비명소리

‘5포 세대’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 줄어 2003년(30만25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특히 초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6건으로 1970년 통계 산출 이후 가장 낮았다.

혼인 감소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져서 지난 1~2월 혼인 건수가 4만93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어들었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혼인 감소는 결혼연령의 고령화로 이어져서 지난해 평균초혼연령은 남자 32.4세, 여자 29.8세였다. 10년 전인 2004년 각각 30.5세, 27.5세에 비해 2년 가량 더 늦어진 것이다.

초혼 연령의 고령화는 곧바로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통계 자료를 보면 30세 이하에 결혼한 여성이 평균 2명의 자녀를 두는 반면 35~39세 사이에 결혼한 여성은 평균 0.8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출산 기록’ 깰 듯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출생아 수는 3만5700명으로 전년 동월 보다 1100명 감소하면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2월 누적 출생아 수도 7만74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7만8000명보다 600명 감소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총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였던 2005년의 43만5000명(2014년은 43만5300명으로 역대 2위)보다 더 적어질 가능성이 크다.

10여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출산파업’이라는 말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린다.

한국 사회는 이 말을 마치 소외에 분노한 청년층 혹은 여성집단이 ‘저항’의 ‘의지’를 담아 손을 맞잡고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는 어쩌면 부하 여직원의 ‘출산·육아휴직’ 사용을 범죄시하고 퇴직을 강요했던 일부 기성세대들이 스스로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그런식으로 책임전가를 시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들은 출산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도무지 할 수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