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사주카페’ 줄서는 ‘맹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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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사주카페’ 줄서는 ‘맹신자’
  • 성승제 기자
  • 승인 2006.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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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 A “ ‘말 받아서 10배 부풀리라’ 어구 유행
…굿, 부적으로 짭짤한 수익 올리는 경우가 허다”
[매일일보=성승제 기자]지난해 점(사주)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합쳐 2조원을 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이버 상에 사주카페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어 여성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은 차나 음료 등을 마시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앞날을 사주카페에 의존하는 일부 맹신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야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점 시장이 커진 만큼 맹신자들도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문>

경기도 성남에 살고 있는 이정희(가명 23)씨는 두달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특별히 싸우거나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서로 연락이 뜸해졌고 끝내 헤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헤어진 이후 과거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김씨는 친구의 권유로 사주카페를 찾았다. 김씨의 사연을 들은 사주카페 역술인은 6개월만 기다리면 그 남자가 돌아올 것이라며 기다려보라고 알려주었다.

역술인은 특히 그 남자친구와는 천생연분이니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은 만나지 말고 기다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씨는 6개월만 기다리면 된다는 희망으로 다른 남자친구들과의 접촉을 끊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박정혜(가명 27)씨는 유학 간 남자친구와 연애운을 보고 한동안 정신적 쇼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난해 초 김씨의 남자친구는 결혼까지 약속하고 유학을 갔다. 당시만 해도 박씨는 남자친구와 자주 통화 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를 따라 사주카페에 갔다. 별 생각 없이 박씨도 자신의 남자친구와 연애운을 봤는데 역술인은 “유학 간 남자친구가 그곳에서 바람을 피우고 있다”면서 “(박씨를 위해서) 가급적이면 빨리 헤어지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사주를 믿는 건 아니지만 웬지 불길한 마음이 들었고 이때부터 박씨는 남자친구의 모든 행동들이 의심스러워졌다.

이에 수시로 전화를 해 그곳에 혹시 자기에게 관심 있어 하는 여자는 없는지, 나를 정말 사랑하는지 등을 수도 없이 물어봤고 결국에는 서로가 지쳐서 헤어졌다고 한다.

박씨는 만약 그 때 점을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이처럼 호기심에서 본 사주를 너무 맹신한 끝에 고통과 시련을 겪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점은 불확실한 미래와 연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다소 비싼 점집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사주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재미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일부 점을 맹신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질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 역술인에게 자신의 인생을 맡기다시피 한 것이 화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유명한 사주카페만 찾는다는 박한나(가명 27)씨는 한 주에 2~3번은 꼭 사주카페에 간다.

처음에는 친구들을 따라 호기심으로 갔지만 이제는 안가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한다.

요리를 전공하고 현재 유학 준비하고 있는 박씨는 자신이 가는 길을 잘 선택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유명한 사주카페만 계속 찾아다니고 있는 상태.

박씨는 “잘 선택했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생기지만 좋지 않게 (사주가)나오면 불안함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박씨는 자신의 미래와 연애 등 모든 일을 역술인에게 듣고 결정을 하게 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대해 종로 인근에 위치한 한 사주카페 역술인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주카페는 대부분 마케팅을 위한 발판으로 사주는 하나의 이벤트일 뿐 이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해결이 되기 때문에 맹신할 필요는 없다”면서 “(박씨의 경우)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 나갈 것”을 충고했다.

일부 역술인들 중에는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이용,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빈번해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예로 ‘남편에게 큰 사고나 난다’ ‘남자친구와 헤어진다’ ‘집안이 망 한다’ 등의 무지막지한 경고를 하고 돈을 내면 재앙을 막아 줄 수 있다는 식이다.

아무리 믿지 않으려고 해도 막상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초연해질 수 없는 게 사주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역술인 A씨는 “실제로 역술인 사이에 ‘말 받아서 10배 부풀리라’는 어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며 “상담하러 오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먼저 ‘불기’ 마련이라서 그것을 잘 이용해 굿이나 부적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주나 점괘는 해석하기 나름이므로 이를 듣고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사주는 수상(手相ㆍ손금)만 못하고 수상은 관상(觀相)만 못하며 관상은 심상(心相)만 못하다’는 옛말대로 점은 듣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역술인은 “점은 해석하기 나름이기에 마음먹기에 따라 틀리다”면서 “적당하게 믿고 의지를 굳히는 건 좋은데 맹신하게 된다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ungandsj@naver.com


-역술인 박경록 대표 인터뷰-
"마음을 열고 사주를 봐야 맹신 위험 줄일 수 있다”

10여 년 동안 역학공부를 했다는 오쇼 사주카페 박경록 대표를 만나 사주카페의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 손님은 많이 찾아오는가
- 요즘은 성수기 시즌이라 많이 오는 편이다. 평균 하루 20~30팀이 찾아온다.

▲ 주로 질문하는 것은?
- 80%가 20~30대 여성들인데 대부분 연애운을 가장 많이 질문한다. 남자친구가 언제 생기는지, 또는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다.

다음으로 사업운을 많이 질문한다. 현재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언제쯤 돈을 벌 수 있는지, 곧 사업을 할 예정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은 주로 학과가 적성에 맞는지, 취업을 잘 될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 자주 오는 사람은 한 달에 몇 번 정도 오는가?
- 대부분 한 달에 1~2번이다. 대부분 친구들에 의해 따라오거나 어떤 경우는 음악이나, 음식을 먹으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 손님들은 점괘 결과에 대해 만족해하는가
- 사실 사주카페는 일반 점집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가격이 저렴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혀 호기심으로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안 좋은 점괘가 나오게 되면 다른 사주카페로 간다. 한 예로 한 손님이 자신의 사업을 완벽히 끝낸 상태에서 사업운을 보러 왔다. 그 손님이 “자신의 사업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좋지 않게 나왔어도 역술인들은 대부분 “좋다”, 혹은 “잘 될 것이다”고 말한다.

간혹 사실을 말하게 되면 이 손님은 두 번 다시 이곳은 찾아오지 않는다. 즉 어떤 사실보다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심리가 작용된 것 같다.

특히 간혹 사주 매니아 층들이 올 때가 있다. 이미 다른 여러 곳에서 점을 보고 난 후 자신을 테스트하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다.

다른 곳은 이렇게 얘기했는데 왜 여기만 이러냐, 혹은 그건 아니다 라는 식의 표현을 써가며 애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사주나 점 등은 모두 똑같다 해도 역술인이 말하는 표현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또 가격이 저렴한 곳만 찾으러 다니면서 다소 부정확한 말을 듣고 마치 사실인 마냥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통 역술인에게 듣고 오거나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역술인에게 들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사주카페는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건 사실이다.

이에 사주를 보러 올 때는 먼저 마음을 열고 와야 한다.

또한 모든 일은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에 점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신이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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