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탈당? '2월이냐' '5월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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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탈당? '2월이냐' '5월이냐'
  • 나정영 기자
  • 승인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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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터울 차차세대’발언 ‘일파만파’

차세대그룹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 등 승부수
친노(親盧) 對 반노(反盧)구도-당내 갈등 재연

[매일일보=나정영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6년 터울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려 일으키고 있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만찬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가리키면서  "나이로 보면 정 전 장관은 나와 6년차이가 나지만 중진이 돼 있다"며 "정 전 고문과 유시민 의원의 나이가 6년차가 나는데, 다음 세대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의 입각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사실 자체보다도, 발언과정에서 정 전 장관을 언급한 배경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과 가까운 상당수의 의원들이 유 의원의 입각 반대운동에 발벗고 나선 점을 감안해 노 대통령이 일부러 정 전 장관을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장관의 측근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6년 터울’발언에 대해 차기 리더로 정  전 장관을, 차차기 리더로 유 의원을 지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만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후진양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 전 장관과 유 의원의 이름만 이야기하니까 김근태 전 장관의 얼굴이 일순 굳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장관 발탁에 대해 홈페이지에 올린 '준비하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국정일기를 통해 "유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 역시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예정하고 준비해온 사안 가운데 하나"라며 "대통령이 유 의원의 입각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7월 정동영, 김근태 장관을 입각시킬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이같이 밝혔었다.

당시 윤 비서관은 "대통령은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의 제목으로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 의원 등을 주목하면서 장차 이들을 입각시켜 국정경험을 풍부하게 쌓도록 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역량있는 지도자감이라는 것은 그 전후에 있었던 당내 선거를 통해 원내대표나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유 의원은 보건복지위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며 "개각 전후 실시된 어느 여론조사를 보면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해 20대에서 67%, 30대에서는 49%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반응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우리 정치에 일정한 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이러한 판단은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가 레임덕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통령은 차세대 그룹에게는 가급적 기회를 열어주면서 경륜을 쌓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인식이며, 앞으로도 앞서 언급한 인사들 외에 우리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그룹을 기회가 되면 적극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이어 "그동안 유 의원이 기간당원제도 등 당헌당규의 개정 과정에서 갈등의 한 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원칙을 관철하려는 측과,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자는 측의 인식  차이일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며, 그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나아가 그런 문제로 인해 갈등과 감정이 생겼다 해도, 그 자체가 입각의 장애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일례로 대통령은 2003년 당시 청와대 인사쇄신 등을 주장하며 한때 관계가 다소 불편해지기도 했었던 천정배 의원을 법무부장관에 적극 기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 의원 입각을 둘러싸고 갈등이 적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그것은 이처럼 '준비하는 대통령'이 오랫동안 검토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비서관은 이어 "차세대 지도자들은 우리 정치와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며, 이들이 경험을 쌓고 더욱 성숙해지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대통령이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이라며 "더 이상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원칙에 대해 與당에선 탈당 언급 야기되고 일각에선 "탈당 불가피"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탈당 논이 다시불거지면서 열린우리당은 충격과 당혹감에 크게 술렁이고 있다.

탈당고려의 시제가 `과거형'이기는 하지만 현 여권내의 기류상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당 전체가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든 듯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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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석당원'으로서 당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온 노 대통령의 탈당고려 언급은 사실상 당에 대한 신뢰를 접은 것으로 해석되는 시각도 커지고 있어 당.청갈등의 골이 치유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여당 내의 신경이 노 대통령 탈당 쪽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당.청관계 재정립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듯한 분위기다. 초.재선 `서명파' 의원들은 마치 `한방을 맞은 듯' 당혹스런 반응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청갈등의 핵심대목인 당.청관계 재정립 논란은 "일단 태스크포스에 맡기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 탈당고려 언급을 놓고 당내에서는 양극단의 기류가 표출되면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개각파동 과정에서 드러난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구도의 당내 갈등양상이 고스란히 재연된 듯한 느낌이다.

친노진영을 중심으로는 노 대통령의 탈당고려가 당에 대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초.재선그룹 일각에서는 "결국 갈라설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친노직계 그룹인 의정연구센터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대연정으로 한국정치가 한단계 차원 높아져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취할 필요성이 있을 때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재선 그룹 사이에서는 "어차피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탈당하는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현 당.청갈등은 사실상 `신뢰의 위기'에 해당하는 만큼 탈당은 `시기의 문제'만 남겨뒀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탈당하려면 탈당하라고 해라. 결국 당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대통령 발언이 사실이라면 먼저 탈당하라고 요구하면 된다"며 "원래 연애할때 차이기 전에 차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동영, 김근태계 등 차기 주자진영은 노 대통령 탈당고려 언급이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예상밖의 파장을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일단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동영 전 장관은 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당에서 불평과 불만이 있는데 그렇다면 헤어져서 가는 것도 한번 검토를 해봐야되는 것  아니냐 하는 원론적 문제제기"라며 "당장 실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원도  "청와대 만찬에서 탈당 얘기가 나와 이 시점에서 잘못 전달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철회해 줄 것을 내가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을 검토했고, 고부간 갈등을 치료하는 방법은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탈당얘기도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 제왕적 총재시절엔 정무수석이 당을 지배하는 수단이었는데 지금은 당의 의견 수렴하고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무수석 신설을  검토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노 대통령은 내 말을 이어받아 당.정.청 관계  태스크포스 만들자고 제안 했고, 그래서 탈당언급 철회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대통령의 탈당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치적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그러면 이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혼이 되면 100년 정당을 결성하자고 했는데 그것과 배치되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봉사할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지만, 혹시 감정적으로 잠시 별거하자, 별거뒤 이혼으로 가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방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지도자 육성론'과 관련, 김 의원은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건방지게 보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다만 공직선거에 당선된 사람들은 자격이 있고,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초.재선 의원들의 당.청 관계 관련 서명 파동 등과 관련해  "전적으로  그 취지에 동의한다"며 "국민이 볼때 당과 대통령, 당과 정부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치판을 새로 재편할 수도 있는 탈당이라는 '판도라 상자'의 문이 열릴 수도 있는 전조가 어른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측이 "이미 끝난 얘기"라고 극구 해명하고 나섰는데도 불구 하고 대통령 탈당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시나리오들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탈당은 `시간문제'일 뿐이고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탈당시기를 지방선거후와 지방선거전으로 보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지방선거 후 탈당설의 경우 선거결과가 여당의 패배로 나타날 경우 패인을 놓고 당.청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이는 대통령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노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이 오히려 탈당카드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국면을 전환하거나 정치권 새판짜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것.

이렇게 될 경우 탈당은 여권내 `분화'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는 민주당과의 통합론, 제3세력 행보 등의 변수와 맞물려 정국의 지형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원집정부제 내지 내각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초당적 스탠스'를 취하기 위해 탈당 카드를 고려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노직계 의원은 "노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있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하려면 대통령이 당을 초월한 위치에 서야한다"며 "대연정때의 탈당 고려도 마찬가지 논리였다"고 말했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은 내각을 초당적 거국내각 내지 중립내각으로 구성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지방선거 전 탈당을 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수세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2.18 전당대회 직후 전격적으로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번 전대가 정동영, 김근태 전장관간의 대선레이스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노 대통령의 구심력 약화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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