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주식 상장된 경남기업이 42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된다.
14일 한국거래소 등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경남기업이 상장 폐지된다. 경남기업은 지난 1973년 2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나서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자원외교 비리 수사와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 및 자본 전액잠식 등 구설수 속에 결국 42년 만에 주식시장 퇴출이라는 결과를 맞았다.
경남기업은 2014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 및 자본 전액 잠식’이 확인됨에 따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지난달 11일엔 자본전액 잠식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자본 완전잠식 상태임을 공시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제출한 감사보고서 상에서도 ‘감사의견거절 및 자본 전액잠식’상태가 그대로 동일하게 확인되며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 경남기업은 14일 정리매매를 거쳐 15일 자로 상장폐지 된다.
경남기업은 1951년 8월 대구에서 설립된 후, 1954년 경남토건에서 경남기업으로 사명을 바꾸고 시공능력 순위 20위권에 달하는 중견 건설회사로 성장했다.
1965년에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태국의 중앙방송국 타워 공사를 수주했고 1970년대에는 중동을 비롯해 스리랑카, 카메룬, 말레이시아 등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1977년 반포 경남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를 건설했고 최근에는 ‘경남 아너스빌’이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선보였다.
1987년에는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며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으나 1999년 11월 워크아웃 대상 업체로 지정되면서 2000년 4월 대우그룹에서 분리됐다.
2002년 12월 워크아웃 조기졸업 확정 이후 2004년 대아건설을 흡수합병하고 경남정보기술을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고 2007년에는 베트남지사를 설립하고 ‘랜드마크72’ 빌딩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외 건설 경기 침체로 다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2009년 채권단이 또다시 워크아웃을 결정하는 등 급격히 침체를 겪었다.
결국 지난 2009년 1월 또 다시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돼 2011년 5월 졸업했으나 국내외 사업 부진과 경기 불황 등으로 2013년 말 재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특히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성공 불융자금 외 자체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지 못해 적자가 누적됐다. 2013년에 31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했으며 지난해에도 40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일 경남기업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채권단에 전환사채 903억원의 출자전환과 긴급 운영자금 11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부결됐고, 결국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경남기업은 검찰의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의 표적으로 지목됐고, 작년 회생절차 진행과정에서 외압설이 돌아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