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보맨도 다 같은 홍보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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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홍보맨도 다 같은 홍보맨이 아니다
  • 안정주 기자
  • 승인 2015.03.31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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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취재를 하다보면 기업 홍보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렇기에 기자와 홍보맨은 너무 멀어도 안 되지만 또 너무 가까워도 안 되는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다.

업무상 이슈에 대해 취재 전화를 하다보면 어떤 홍보실 직원은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따뜻한 매너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면 나도 사람인지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 못했어도 그 전화 한통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와는 정 반대인 상황도 있다. 지난주 취재했던 한 대학 홍보실로부터는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는 답변을 들었다. 대학 수익사업과 관련해 자료요청 차 통화를 했던 그 홍보실 직원은 “하고 많은 메이저 기업을 놔두고 하필 왜 저희에게..” 취재 자체가 귀찮다는 반응이었다.

간단히 확인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도 “그건 직접 홈페이지 들어가서 확인 하세요”란 말만 돌아왔다.

당혹스러웠다. 명쾌한 답변과 자료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회사의 입’ 역할을 한다는 홍보맨에게서 돌아오는 답변으로는 적절치 못해서다. 해당 기업에 관한 애정은 눈곱만큼도 없는 느낌이었다.

간혹 홍보맨들과 기사에 관해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다. 기업을 취재하다보면 늘 좋은 기사를 쓸 수는 없다. 비판 기사를 써야 할 경우 홍보실 직원과 얼굴을 붉히는 건 어느 기자나 겪는 흔한 일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홍보실 직원이었대도 그랬을 거란 생각을 하면 십분 이해간다. 개인이 아닌 회사를 대변하는 입장으로써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을 해야 하는 게 홍보맨의 숙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대처능력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회사에 애정이 없으면 일하기 힘든 게 홍보 업무일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언론 춘추전국 시대에는 홍보맨의 위치가 더욱 중요하다. 클‘홍’, 알릴‘보’라고해서 ‘홍보’다. 관계를 어려워하고 외부와의 소통을 꺼려한다면 제대로 된 홍보를 수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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