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장불입? 정부를 먼저 믿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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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낙장불입? 정부를 먼저 믿은 죄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3.3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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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정부 말을 믿고 지난해 고정금리 주택대출 상품을 신청했는데 갑자기 지금 와서 더 낮은 고정 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을 새로 내놓고 기존 고정 금리 대출자는 신청조차 안 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요즘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위해 각 은행에서 개설한 전담 창구에서 가장 많이 접수되는 항의라고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변동금리로 빌린 은행 대출보다 낮은 2%대 중반의 고정 금리로 10~30년간 원금 균등 분할 상환하는 파격적인 혜택의 주택 대출 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을 내놨다.

각 은행마다 워낙 폭발적으로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마련한 20조원의 재원이 순식간에 동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빈번할 정도로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그러나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 안심전환대출 상품으로 역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고정금리 대출 상품으로 주택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현재 안심전환대출 신청 가능자는 기존대출이 변동금리거나 이자만 내고 있는 상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만 한정된다.

신규대출로 받는 사람이거나 기존대출을 이미 고정금리로 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신청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불가능한 고정금리 주택 대출자들 대부분이 바로 불과 지난해에 이번과 비슷하게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2%대 후반에서 3%초반대의 고정금리 상품을 신청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불과 몇 개월 먼저 정부의 정책 제시에 따라 안심전환대출과 비슷한 상품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더 비싼 이자 비용을 감수하는 셈이 됐다.

거기에 정부는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을 안심전환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게 해 줄 경우 정책의 효과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부가 내놓은 더 비싼 고정금리 대출상품 신청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안정적인 주택 대출 상품’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 입장에선 ‘속았다’ 라는 감정과 함께 ‘잡은 물고기엔 더 이상 밥 안 준다’ 는 배신감이 들기에 충분한 일이다.

세상 만사가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은 일이 거의 없다지만 최소한 정부의 부동산 시책만큼은 불과 몇 달 간격의 차이를 두고 피해자와 수혜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시행하는데 있어 좀 더 사려 깊은 정부의 보완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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