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재벌 '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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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재벌 '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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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이서현 VS LG패션 구본걸 '업계1위 경쟁'
LG패션 '제일모직 겨냥 공격적 마케팅' 눈길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휴대폰, LCD TV 등 전자,가전 제품 분야에서 삼성과 LG는 영원한 라이벌 관계다.

그런데 두 기업의 경쟁은 비단 전자제품 분야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침체 속에 빠져있던 의류업계 경기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 선두에 서 있는 제일모직과 LG패션(LG상사 패션부문) 역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는 각각 오너일가 2.3세들이 본격적으로 독자 경영에 돌입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상무보와 남편 김재열 상무 중심으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고, LG패션은 고 구자승 LG상사 대표의 아들들인 구본걸, 본순, 본진 3형제가 중심이 되어 이끌고 있다.

▲ 구본걸 LG 패션 부사장
두 회사 모두 2006년 명품화를 선언하며 캐주얼(빈폴vs헤지스)과 신사복(갤럭시vs마에스트로), 여성복(엘르vs닥스) 등 패션 전 부문에 걸쳐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구본걸 LG패션 부사장은 제일모직에 대한 공격적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겨울 LG패션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HAZZYS)는 경쟁사인 제일모직 브랜드를 은근히 겨냥하는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갑자기 자전거를 버려둔 채 헤지스 매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곧 '굿바이 폴'이란 광고 카피가 화면에 뜬다.

제일모직의 대표 브랜드인 '빈폴'은 '자전거'를 브랜드 로고로 쓰고 있다.

'굿바이 폴'이란 곧 빈폴의 '폴'을 의미하는 것으로 빈폴과 굿바이하고 헤지스를 입자, 뭐 이런 정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헤지스의 광고가 나가자 제일모직과 업계 일각에서는 '비방광고'라며 부정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LG패션의 자극광고는 대체로 성공을 거뒀다.

광고가 나간 뒤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후발주자로 나섰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시장에서 젊은 층의 구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LG 패션 구본걸 '제일모직 겨냥 공격적 경영'

구 부사장의 이런 공격경영에 힘입어서인지 LG패션은 신사복에서 캐주얼, 아웃도어, 여성복에 이르기까지 패션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패션은 올해도 전 부문을 글로벌화, 고급화하는 전략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LG패션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조카인 고 구자승 LG상사 대표의 아들 3형제인 구본걸(48) 구본순(46) 구본진(41)씨가 1∼3대 주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구본걸 부사장은 연대 경영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MBA)을 나와 LG그룹 회장실, 구조본, LG산전을 거쳐 2004년부터 패션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다.

둘째인 구본순 상무는 패션사업 4팀장을 역임한 뒤 현재 신 사업실장을 맡고 있고, 현재 중국 연수 중인 삼형제의 막내 구본진 상무는 무역부문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에는 LG상사의 무역과 패션부문의 분리가 거의 확실시 된 상황이어서 본격적으로 독자경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연말 한 보고서에서 "LG 패션은 2006년 상반기 중 LG상사로부터 분할 독립, 업종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 2003년부터 계속해온 신규 브랜드 도입 및 리뉴얼 또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LG패션의 올 한해 경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라인업 추가 확대 및 남성복 마에스트로 등을 비롯한 자체 브랜드의 명품화 작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헤지스 등 주력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구 부사장은 지난 8월 한 기자간담회에서 "고객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변한다"며 "지속적인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통해 명품 브랜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로 앞으로의 경영방침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일모직, '이서현&김재열' 독자경영 가속화

한편 제일모직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32) 상무보와 남편 김재열(37) 상무가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독자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상무보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기획팀 부장을 거쳐 지난해 초 기획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뒤 현재 패션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재열 상무(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아들)는 스탠퍼드 MBA를 마치고 제일기획을 거쳐 2003년부터 제일모직에서 경영기획을 맡고 있다.

이 상무보의 경영참여 이후 제일모직은 일본 명품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를 수입했고 신사복, 여성복분야의 이탈리아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명품브랜드화 전략' 에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2004년 980억원이었던 여성복 매출이 2005년 1∼3분기까지 1천24억원을 기록했고, 신사복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어난 1천829억원을 기록했다.

제일모직의 대표 브랜드 '빈폴'을 비롯한 캐주얼 부분까지 합산하면 1조원 돌파를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이 상무보는 특히 입사 이후 여성복 사업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자신이 스스로 디자이너를 발굴, 영입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03년 디자이너 정구호(43)씨를 상무로 영입하고, 브랜드 '구호'를 제일모직에 편입시키는 등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여성복 라인 강화에 나섰다.

2003년 가을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루이자 베카리아'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이정민(38)씨를 상무보로 영입하기도 했다.

또한 여성복 업계에서 다수의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디자이너 하상옥씨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패션사업부문에 한해서는 이 상무보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중론이다.

남편인 김재열 상무 역시 2005년 초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 담당 상무로 경영능력을 쌓고 있다.

사실 제일모직은 그룹 내에서 '인재사관학교' 로 통하며 오너일가의 경영수업을 쌓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무가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하고 더욱이 제일모직의 사장에 재무통으로 알려진 삼성캐피탈의 제진훈 사장이 옮겨오면서 향후 '패션 사업은 이서현 상무보가, 경영은 김재열 상무가 맡게 될 것" 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양대 산맥인 제일모직과 LG패션. 각각 2.3세들의 독자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특히 올해는 두 회사 모두 주력 브랜드의 글로벌화, 명품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이 두 라이벌 경쟁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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