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보다 시급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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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보다 시급한 것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03.19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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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요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경제계가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에 맞서 재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고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재계를 압박하고 있고, 급기야 경제5단체는 최근 머리를 맞대고 공동대응을 논의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임금을 둘러싼 논의는 최저임금을 올리느냐, 아니면 현 체계를 유지하느냐에만 맞춰져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 각종 비정규직을 비롯해 소규모 사업장과 일부 기업에서는 현행 최저임금 기준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한다고해서 과연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올들어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갑질 논란’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사회적 이슈는 바로 ‘열정페이’ 논란이다.

열정페이란 젊은이들의 열정을 미끼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미치는 푼돈을 지급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지칭한다.

‘인턴’, ‘수습’, ‘아르바이트’ 등의 각종 꼬리표를 달더니 업무숙련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돈을 적게 지급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넘어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열정페이로 대변되는 임금 체불이나 미지급 등의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보단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을 올린다 한들 고용주가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결국은 이 또한 약자의 설움으로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현실을 감안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히 논의 돼야 마땅한 문제다.

하지만 이를 논의 하기 전에 현행 임금체계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기업과 고용주들을 어떻게 견제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대책마련을 먼저 논의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현재의 곪은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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