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장관이란다’ 내정에 ‘자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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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장관이란다’ 내정에 ‘자포자기’
  • 나정영 기자
  • 승인 2006.0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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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갈등 ‘확산’…노 대통령 코드가 뭐냐?’

여론 무시 40대 `李-柳' 양 날개-노 대통령 집권후반기 내각 색채

[매일일보 = 나정영 기자] 유시민 의원의 입각을 계기로 정점으로 치닫던 당.청 갈등이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며 청와대와의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강경기류가 흘렸으나 긴급회의를 통해 "더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조기정리 쪽으로 급선회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각료임명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사안인터라 갈등이 확산될 `동력' 자체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대두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청와대 만찬회동을 연기한 것은 내용상 `취소통보'나 다름없는 것으로 청와대에 대한 강도높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의원은 "게임이 끝난 상황에서 청와대에 가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연기라기 보다는 취소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개각문제는 이쯤에서 접자"고 의견을 모은 것도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사실상의 `자포자기'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유 의원 입각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인데다 당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정면으로 대드는 듯한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지, 이번  개각파동에 따른 앙금은 쌓일대로 쌓여있다는 얘기다.

한 비상집행위원은 "도무지 대통령과 당이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게 최대 문제"라며 "이 문제의 해법도 결국 거기서 찾아야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당.청갈등이 `어정쩡한 형태'로 봉합되면서 양측 관계가 종전과는  달리 서로 등을 돌린채 제 갈길을 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 3당도 노무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내정하자 강력 반발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잘못된 결정"고 비판했다.

또 "누구를 위한 국정운영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오직 코드인사, 개인의 고집만 계속 주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고 밝혔다.  정병국 홍보위원장은 "당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막가파식  인사"라면서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대통령의 숨은 의도를 경계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번 개각관 관련, 노 대통령의 심리를 나름대로 분석한 논평을 냈다.  유 대변인은 "사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밖에다 깃발을 꽂아놓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여라' 해서 만든 당으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장기판의 `졸'(卒)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열린우리당은 `내가  필요해서 만든 당이고 내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든 활용하면 되는 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의, 노무현에 의한, 노무현을 위한 정당이 바로 열린우리당"이라면서 "노 대통령 생각에는 열린우리당의 반발이 가당치도 않고 그야말로 자신들의 현주소도 모르는 철없는 행위로 비쳐질 것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하자는 대로 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정동영 전 장관과 김근태 전 장관의 후임에 경량급인 이종석 NSC 사무차장, 유시민 의원을 각각 앉힌 것도 이른바 `당신들이 무슨  대권후보냐'하고 폄하하려는 고단수의 전략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여당조차 반발하는 유 의원의 입각은 국민무시 정치"라면서 "유 의원에게 장관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또 하나의  대선주자를 만들어 여러 상황에 적절하고 유효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를  하나  더 만들자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與의원 18명도 "유시민 입각에 유감" 나타냈다.  이들 의원은 `개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는 유감"이라면서 "향후 당청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들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우리당 의원들이 집단적인 의사표시를 하며 사실상의 반기를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개각 인사는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예시한다는 점에서 여론과당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특히 정치인의 입각은 대통령과 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내각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 "다만 당 의장 입각 같은 고도의 정치적 인사의 경우 당의 지도체제와 정치일정을 고려한 충분한 사전협의가 있었어야 했다"면서 "향후 당청관계에 있어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반성적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함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의 책임있는 공동주체"라면서 "따라서 당은 청와대의 입장을, 청와대는 당의 입장을 상호 존중하되 남은 임기동안의 국정 목표를 명확히 공유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각 부 장관들에 대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유시민 의원이 후임으로 내정된데 대해 "당에  복귀한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권을 놓고 논하기 어렵다"며 "당.정이 원만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론을 무시하면서 40대의 `李-柳' 양 날개를 단 노 대통령은 집권후반기 내각의 색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통일장관 내정자와 유시민 보건복지장관 내정자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두 내정자가 모두 40대이고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유 내정자가 사회관계 책임장관의 역할을 함께 맡을 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외교. 안보 분야를 이끌고 나갈 이 내정자와 함께 현 내각에서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후반기 국정운영의 방향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대통령 의제'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일상적  국정운영을 총리에게 상당부분 넘긴 상황에서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外治)와 함께 미래 국정구상에 전념하겠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당내 거센 반발 속에서도 `유 복지장관 내정'을 강행한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노 대통령 미래구상의 상당부분이 복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는 유 내정자 발탁배경으로 "연금제도 개혁, 사회양극화 완화,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책 마련 등 보건복지부 현안을 원활히 처리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연금제도, 사회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사회 등은 노 대통령이 그동안 계속해서 언급해온 `미래 위기 요인'이며, 이는 발탁배경인 동시에 유 내정자에 대한 `특명'이기도 하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종석-유시민'이라는 양쪽 날개를 통해 한쪽으로는 외교안보 분야를 지휘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미래 과제를 발굴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국정운영을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내정자와 유 내정자는 각각 올해로 48세, 47세로, 40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노대통령이 젊은 세대를 긴급 수혈함으로써 내각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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