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득’과 ‘책임’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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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득’과 ‘책임’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3.18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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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성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본사와 무관한 일입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모 기업 언론홍보 담당자는 이같이 말했다.

비단 이 기업뿐만 아니다.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해당 기업에 취재차 연락을 하면 으레 돌아오는 답변이다.

간혹 ‘오프 더 레코드’라며 해당 사건과 관련된 회사의 속내를 진실 되게 귀띔 해주는 담당자도 있지만 거의 드물다. 그 회사에 몸담고 있고, 언론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업무를 하는지라 회사에 끼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가끔 짠하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좋은 일과 마주하게 되면 기쁨을 숨기지 않는 편이지만, 나쁜 일과 마주하게 되면 한 번쯤은 뒷걸음질 치기 마련이다.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은 먼저 인정하기 쉽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실적을 올리다 안 좋은 사건과 마주하게 되면, 일단은 ‘모르쇠’로 버티곤 한다. 사건 추이를 관망하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 끌기 차원이기도 하겠다.

대한항공을 보더라도 그렇다. 창사 이래 최대의 시련을 안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처럼 사안이 거의 명확한 사건의 경우 언론홍보 담당자로서도 섣부른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 시킬 뿐이다.

반면 모 기업 회장의 ‘폭언 구설수’ 등과 같은 애매한 사안들은 녹취 등의 증거가 없는 이상 끝까지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하청업체에 발주한 제품의 품질 저하, 고객 서비스 논란과 같은 사안 등도 원청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본사와 무관하다”며 우선 발뺌을 하고 본다.

묻히면 다행이고, 사실로 드러나면 된서리를 맞는다 한들 그때 가서 인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일 것이다.

기업의 호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선순환의 고리는 그들이 부르짖는 고객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도 이어져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배당금 잔치’와 같이 기업 안에서만 좋게 끝나고 만다.

반대로 기업이 끼친 악순환의 고리는 고객들의 불편과 어김없이 직결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을 추구하는 정부 의지로는 개선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득’은 빠짐없이 취하고, ‘책임’ 앞에서는 항상 두 발짝 멀리서 관망하는 일부 악덕 기업들의 행보를 보며 ‘함부로 고객만족 운운하지 말라’는 기대는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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