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텔레콤 '세계 최초' 집착이 낳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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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SK텔레콤 '세계 최초' 집착이 낳은 비극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1.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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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창성 기자] 최근 이동통신 3사는 ‘세계최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희가 세계최초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최초다”가 아니라 “그건 세계 최초가 아니다”가 초점이다.

이번 논쟁의 시작은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표현을 담은 방송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이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행보에 KT와 LG유플러스는 반발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3밴드 LTE-A TV 광고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서를 각각 제출했다.

SK텔레콤은 ‘세계최초’라는 표현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명백하게 세계최초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통사가 ‘세계최초’ 논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선점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기술평준화로 똑같거나 거의 비슷한 통신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먼저, 그리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광고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말 SK텔레콤은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 ‘3배 빠른 광대역 LTE-A’ 언론 시연회를 열었다.

상용화를 수개월 앞두고 SK텔레콤이 다급하게 시연회를 연 것에 대해 참석한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시연회에 참석한 SK텔레콤의 한 임원의 말을 통해 그들 안에 만연한 ‘세계최초’ 조급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SK텔레콤 모 임원은 “우리가 최근 세계최초 타이틀을 하나 놓친게 있습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너무 상했는데 이번에 명예회복 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이 홍보 좀 부탁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최초 타이틀에 집착하던 SK텔레콤은 몇 개월 뒤 사상 최악의 전국적인 통신서비스 불능 사태를 일으키며 당시 대표이사였던 하성민 사장이 나와 고개를 숙였다. 최근에도 데이터망에 문제가 생기며 LTE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민낯은 예상보다 허술했지만 새해에도 ‘세계최초’를 향한 고집은 여전했다.

고객들이 ‘세계최초’를 원하는지 ‘고객만족’을 원하는지 SK텔레콤은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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