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키워드로 풀어본
‘2014년 10대 인물’
상태바
[송년기획] 키워드로 풀어본
‘2014년 10대 인물’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14.12.30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문·죽음·부재·불안…세월호와 함께 저문 한 해

[매일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4년. 지난 한해 우리사회의 주요 사건들을 회고해보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설킨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기폭제로 이어진 여러 사건들 중에는 단순히 ‘세월호’라는 키워드 하나로 묶기에 그 중요성과 파장이 너무 큰 경우가 많다.

매일일보는 2014년을 되돌아보는 송년기획으로 과거 여타의 기획들처럼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회고를 진행해보았다.

인물 중심으로 묶었음에도 여전히 2014년의 대표 키워드는 ‘세월호’였으며, 우울하고 안타깝게도 10명 중에 좋은 소식을 안겨준 인물은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편집자 주

 

1. 조현아 : ‘땅콩회항’ 파문…‘갑질’과 ‘미생’

비정규직의 설움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 ‘미생’과 영화 ‘카트’의 흥행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의 ‘갑질’이 2014년도 후반기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터져나온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자신이 타고 있던 미국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질책하는 가운데, 이륙 준비중인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항공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항 사태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비난여론이 쏟아지면서 다른 모든 사회이슈를 덮어버렸고, 국제적으로도 대한항공은 물론 한국 기업 전체를 향해 재벌 특혜 관련 비판이 쏟아지면서 연말 특사를 기대했던 다른 재벌 회장들에게까지 여파가 미쳤다.

특히 이 과정에 조씨를 두둔한 대한항공의 사과문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고, 조씨는 부사장직을 내놓고 사건 1주 만인 12월12일 조양호 회장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총수 일가는 물론 한진그룹 및 계열사까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조 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등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2. 신해철 : 의료사고 그리고 민물장어의 꿈

개인적 피해가 예상되는 주제에도 사회참여를 꺼리지 않던 가수 故신해철씨가 10월 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장협착 수술을 받는 과정에 발생한 ‘의인성 천공’의 영향으로 1차 심정지가 온 후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서 사투를 벌인지 5일 만이었다.

장례기간 1만6000여 명의 조문객이 빈소를 찾았으며 10월 31일 오전 5촌 동생인 가수 서태지가 추도사를 낭독한 가운데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동료음악인들이 사망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부검을 요청, 유족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화장이 중단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1월 3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부검을 실시, 의료과실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을 집도한 강모 원장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국회에서는 현재 ‘신해철법’이라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고인이 생전에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민물장어의 꿈’이란 노래는 추모식 내내 식장에 울려퍼지면서 음원차트를 역주행했다.

실내 납골당에 있는 고인의 유해는 내년 2월 밖으로 이장될 예정이다. 유가족과 팬클럽은 이장지에 고인의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유고집 ‘마왕 신해철’, 베스트 앨범 ‘리부트 유어셀프’ 등이 출시됐고, 가요계 선후배들이 함께 추모 콘서트 ‘넥스트 유나이티 콘서트(민물장어의 꿈)’도 진행 중이다.

 

3. 이건희 : 생사여부 논란과 삼성그룹 제3기의 서막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월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켰다.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7개월째 같은 병원 VIP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 회장의 자택에 엘리베이터가 설치공사가 진행되는 소식이 전해지며 자택치료를 받을 정도로 몸이 회복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심장 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해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것 외에 정확한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함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때때로 이 회장의 정확한 상태에 대한 억측성(?) 보도가 수차례 나오면서 생사여부 자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의 부재가 이어진 동안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외 주요 정치인, 경제계 거물들과 조우하며 사업현안 등을 논의하고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계열사간 합종연횡을 단행하는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며 3세 경영체제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지주사 전환체제의 기틀을 마련하며 조만간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4. 최경환 : 초이노믹스 쿠오바디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경제활성화 3개년 계획’을 세우고 확장적인 거시정책, 가계소득 증대 방안,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는 등 거의 매주경제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만사경통’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이러한 대규모 재정정책을 '초이노믹스'로 불러달라고 자청했다. 대통령 등 한 국가의 최고권력자가 아닌 경제정책 수장의 이름을 딴 ‘○○노믹스’라는 시사용어가 사용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장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지만 효과는 아직까지 시장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 진행 과정에 국가 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은행의 공조를 받아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추후 경제의 뇌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초이노믹스의 방향과 설계가 근본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최경환 경제팀은 전혀 주춤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방향의 종착역이 무엇인지 불안감은 계속 커져가고 있다.

 

5. 유병언 : 세월호, 의문의 죽음&죽음의 의문

4월16일 오전 8시48분경.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부근 해상을 지나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급격한 조타로 인해 왼쪽으로 기울었다. 규정을 훨씬 넘어선 과적에 묶기(고박)도 부실한 화물이 쏠리고 경사가 더해지면서 선체가 전복됐고 끝내 수면 아래로 침몰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비롯한 승객과 승무원 등 총 476명이 타고 있었는데 구조당국은 자력으로 탈출한 170여명을 제외하고는 단 한명도 구출하지 못한 채 295명이 물 속에서 사망하는 과정을 지켜만 봤고 11월11일 수색 종료까지 9명은 생사 확인도 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참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 물었고, 정부는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을 책임자로 지목했다. 이후 요란한 추격전이 벌였지만 유병언은 사망한지 한참 뒤에 시신으로 발견했고, 신원 확인도 시신 발견 한 달이 훨씬 넘은 뒤였다.

국과수가 유병언 본인의 시신이 맞다고 확인했지만 국민 일부는 여전히 그의 사망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검찰이 유병언이 숨어있을 것이라면서 포위했던 금수원에 내걸렸던 플래카드의 문구 ‘김기춘, 갈 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의 영향이 컸다.

 

6. 김영오 : 유민아빠. 죽음의 단식과 교황의 위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국정원 개입 증거 등을 자력으로 확보하면서 침몰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점차 세월호를 덮고 잊자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과거 수많은 대형 사건들이 그랬던 것처럼 잊혀질 것 같은 분위기가 번져갔다.

여기에 균열을 낸 사람이 단원고 故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이다. 김씨는 7월 14일부터 46일간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농성천막에서 목숨을 내던진 단식농성을 했다. 그 과정에 보수성향 매체와 단체 등에서는 김씨에 대한 인신공격에 열을 올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식 한 달이 넘은 8월16일, 방한 중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식 집전 직전에 찾아와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고, 40일째였던 8월22일 건강 악화로 동대문구 시립 동부병원에 입원했으나 병원에서도 수액 주사 치료만 받고 6일간 더 식사를 거부했다.

단식을 마친 후에도 김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운동을 이어갔고, 11월에는 참사 이후 정부의 부실한 대응과 유족들의 진상 규명 촉구 활동,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 ‘못난 아빠’를 출간했다.

 

7. 문창극 : 비극에서 희극으로 무마된 인사참극

박근혜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세간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많았고 그런 의문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후속 인선 과정에 정점을 찍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사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그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정됐는데, 참사의 근본배경에 ‘관피아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나오던 상황에서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생각됐던 안 전 대법관은 관피아의 원조인 ‘법피아’의 일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소득을 단기간에 얻은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그 뒤를 이어 최초의 기자출신 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됐지만 과거 칼럼이나 교회 강연 등을 통해 내뱉었던 친일 발언 등이 문제가 되어 다시 낙마했다.

두 차례의 낙마가 이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 유임을 결정했다. 최악의 비극에서 시작된 인사참사가 한편의 코미디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8. 정윤회 : 국정농단 그리고 궁중암투 의혹

반복된 인사참극은 현 정부 인사시스템에 대한 의문부호를 키웠고, 그 원흉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위시한 이른바 ‘문고리 권력’ 등이 지목되다가 연말에는 전 비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폭로되면서 큰 충격파를 낳았다.

특히 세계일보의 청와대 내부문건 입수 보도로 촉발된 논란은 정권 심장부의 기밀문서 유출이라는 사고를 뛰어넘어 비선라인의 ‘국정농단’ 의혹, 나아가 대통령 측근 간의 ‘권력암투설’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고 결국 검찰수사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문건 내용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로 규정하는 한편, 세계일보와 문건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의심되는 경찰 출신 전직 행정관을 검찰에 고소 및 수사 의뢰하며 적극 진화에 나섰고 박 대통령도 수차례 문건 내용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지만 파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정윤회 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건 내용의 신빙성과 유출 경로를 놓고 폭로전을 벌이는가 하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문체부 국·과장 인사 개입 사실을 밝히면서 파문을 더욱 키웠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63%가 정윤회 문건을 사실로 믿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9. 박근혜 : 사라진 7시간, 사라진 리더십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 16일 저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질문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도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아 그안에 있던 수백명이 수장되는 상황을 전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정작 박 대통령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라이브 화면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사고 발생 후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고, 이는 망측한 소문의 씨앗이 됐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쪽짜리로 만들려고 한 이유가 문제의 7시간 때문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청와대는 10월 28일이 되어서야 국회 답변을 통해 “7시간 동안 모두 7차례에 걸쳐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뒤늦게 구체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상태이다.

한편 7시간 행적에 대한 망측한 소문을 최초보도한 매체는 국내 거대 보수일간지이지만 검찰은 최초보도 매체는 놔두고 이를 받아쓴 일본의 극우성향 일간지와 기자만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하고 있다.

 

10. 안철수 : 지리멸렬의 반복…존재감 사라진 야권

지난 대선 당시 ‘새정치’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의원은 1월 신당창당 계획을 발표했고, 3월에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에 합의했다. 짧은 시간에 원내 제1야당의 당수가 된 것이지만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 때 언급했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순식간에 당내 지지기반을 잃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방선거에서 무승부 판정을 받고 곧바로 이어진 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당권을 내놓으면서 ‘안철수의 새정치 실험은 끝났다’는 비아냥을 받는 신세가 되었는데, 후임자로 나선 박영선 비대위원장 역시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정과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영입 추진으로 지지세력의 비토를 받고 물러나야 했다.

결국 수습형 비대위원장으로 들어선 문희상 체제는 계파수장간의 협의체 형식으로 비대위를 꾸리면서 당이 와해되는 것만 겨우 막는 봉합을 선택했다.

같은 시기, 한때 선거연합 파트너였던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정당으로 낙인찍히면서 해산됐고, 통합진보당에서 갈라나온 정의당도 의원 개개인의 활약에 비해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은 키우지 못하는 등 야권 전체가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냈다.

특별기획취재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