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은 ‘무대’ vs 수습전문 ‘포청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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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죽은 ‘무대’ vs 수습전문 ‘포청천’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12.0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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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對 인물 ①] 한국 정치 쌍두마차의 상반된 리더십

[매일일보 김경탁·한아람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라이벌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서로가 서로를 눌러야 하고 결국에는 어느 한쪽만 살아남게 되는 ‘적대적 라이벌’이 있는가 하면 서로 경쟁을 하는 과정에 함께 성장해나가는 관계인 ‘공생적 라이벌’도 있다.

갈등과 대립, 끝장 대결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대한민국 정치권에도 다양한 라이벌과 맞수가 있는데, 이러한 라이벌 관계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판을 이해하는 결정적 지렛대가 될 수 있어서 정치권의 라이벌을 조명하는 기획을 시작했다.

2014년 7월과 9월,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 자리에 각각 새로운 인물이 올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헤비급 풍채’를 자랑한다는 외모 외에 두 정치인의 면면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의 7·14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았으며,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7·30 재보궐 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탄탄한 대권가도를 닦고 있다는 평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 선거에 대한 참패 책임으로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등 사면초가에 빠진 새정치연합의 구원투수로 당권을 잡았다.

이처럼 각기 다른 배경과 명분으로 당권을 잡은 지 갓 100일 정도 넘긴 김 대표와 문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을 분석해봤다.

김무성, ‘정권 재창출’ 기대 업고 당권 잡았지만…식어가는 기대감
문희상, 비대위 전문 징검다리 리더십…‘진짜 싸움’도 수습이 될까?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존심 꺽인 ‘무대’…이제 말발이 안 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당 대표 취임 이전 청와대를 향해서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이미지와 함께 ‘무대(무성대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무대포’(‘막무가내’의 일본식 표현)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이 별명은 김 대표의 강한 리더십을 상징했었다.

실제로 ‘정권 재창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등에 없고 당권을 거머쥔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와 참사에 가까운 청와대발 인사파동이란 악조건 속에서도 새누리당은 ‘미니총선’으로 불린 7·30재보선에서 11대4의 완승을 이끄는 대성공을 이끌었다.

여기에 더해 △당 개혁을 위한 혁신위 가동 △출판기념회 금지 △금주령·출장 시 이코노미클래스 탑승 등 정치문화 개선 △ 특정계파 중심 인사 완화, 정치적으로는 △7·30재보선 승리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등 국제무대 데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둬 호평을 받았다.

김 대표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날선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8월 ‘당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말머리로 시작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아는 척하는 그 가벼운 입을 닫아 달라”고 일침을 가한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이 같은 리더십이 세월호 참사 협상 당시부터 주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세월호 협상테이블에 전면에 나서지 않고 “세월호 협상 관련한 모든 권한을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했다”며 뒷짐 지고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예민한 문제는 일부러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 달 상하이에서 ‘개헌 봇물론’을 언급해 청와대에 심기를 건드린 후 다음날 바로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것은 그야말로 정치 리더로서 김무성 대표의 이미지에 큰 생채기를 냈다. 대표 취임 전까지 청와대에도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하루 만에 말을 번복하며 꼬리를 내린 모습은 정치권 내외에 큰 실망감을 남겼다.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이미지에 손상이 온 탓일까? 김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5주 동안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함께 내놓은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이 소속 당 의원들에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것이다.

혁신안은 △내년 세비 동결과 무노동 무임금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불체포특권 개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안을 내놓자마자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박민식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액세서리나 화장발을 고치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김성태 의원은 “보수혁신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위원회”라고 혹평했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거부당한 것처럼 알려졌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음 주 초에 의총 열어서 거의 원안에 가까운 혁신안을 확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당 대표로서 말빨이 서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원안이 퇴색될 정도의 수정안이 상정된다면 ‘무늬만 혁신’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소속 의원들이 반발한 부분을 수정하지 않아 2차 의총에서도 재차 ‘퇴짜’ 맞는 경우에도김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예상돼 혁신안 관철 여부는 정치인 김무성의 향후 행보에 있어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큰 꿈’이 없어 찾은 안정…‘큰 꿈’끼리 격돌하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에게는 이번에 ‘비대위원장 전문 정치인’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위기에 처한 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대선 패배로 혼란에 빠진 민주통합당을 추스르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한 바 있다.

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문 위원장을 찾는 데는 그의 ‘위기 관리형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한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 입장을 유지해온 문 위원장은 ‘포청천’이라 불릴 정도의 강한 리더십을 통해 야당 내 노선대립과 계파갈등을 무난히 봉합해왔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 9월 비대위원장직 수락 연설을 통해 “비대위가 할 최고의 급선무는 전당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이라며 “나한테 붙은 별명인 포청천처럼 할 수 있다면 공정한 전대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장(당대표)을 지낸 5선으로, 계파 색체가 옅고 정치 연륜과 관록을 겸비한 리더로 꼽힌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 구성에 각 계파의 수장격인 중진들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계파 간 무게를 균형 있게 다뤄 위기에 몰린 당 수습에 일조했다는 평인데, 이런 구성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문 위원장이 스스로 뭔가 권력을 잡아보려는 ‘큰 꿈’을 꾸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문 위원장 체제의 새정치연합에 갈등이 잦아든 이유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변화보다 내부 구성원 다독이기에 치우쳐진 당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반복된 내홍으로 지지율을 깎아먹던 시기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는 평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 위원장의 리더십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전대가 2개월 남짓 남으면서 계파 간 신경전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당내문제 뿐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나 예산국회 이후에 이어질 입법 전쟁 과정에서도 문 위원장의 수습형 리더십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큰 꿈’을 꾸지 않는 문 위원장이 과연 내년 2월 8일 열릴 전당대회까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당을 차질 없이 이끄는 ‘포청천’으로서 권위와 품위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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