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인식 변화 전제’했던 금기…결국 아베의 승리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 줄곧 ‘위안부 등 식민지 관련 역사인식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혀왔던 ‘한일 정상회담’이 결국 역사문제에 대한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내년 1월경 열릴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의 정상회담 개최를 깜짝 제안했고, 일본 언론들은 내년 1월경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일 양국 정상회담도 패키지로 열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가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계속해서 전달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에 대한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대내외에 표방했었다.
그러나 만나지 않겠다던 ‘금기’는 올해 3월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지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깨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당시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시선도 거의 외면하는 등 냉랭한 태도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13일의 한중일 3자 회담 제안에 이어서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미소를 띄우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살가운 모습으로 태도를 돌변했다.
박 대통령의 아베 총리에 대한 태도가 바뀐 배경에는 아베내각에 대해 우리와 공동보조를 맞췄던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한중일 3자 회담을 제안하기 사흘 전인 10일, 형식·의전·절차·분위기 등 많은 면에서 매우 비정상적인 형태이긴 했지만 아베 총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중일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중일 정상회담’ 이튿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만찬장 옆자리에 앉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두 정상의 대화는 한미일정상회담 후 8개월 만에 처음이자 지난해까지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약식회담이라도 하자’던 일본 측의 제안이 사실상 받아들여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최악의 경우 재임 기간 단 한 번도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박 대통령은 최근 몇 개월 사이 일본과의 외교관계 복원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시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