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등권'보다 ‘밥줄’ 먼저 생각나는 국회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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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평등권'보다 ‘밥줄’ 먼저 생각나는 국회의원들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11.06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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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직접선거·비밀선거·평등선거·보통 선거의 원칙.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4대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이 4대 원칙 중 평등선거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나와 정치권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 시 선거구 사이 인구수 차이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은 헌법에 맞지 않으며, 이를 2015년 12월 31일까지 2대1 비율로 개정하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 같은 판결이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국회의원의 ‘금배지’와 직결사안인 선거 지역구가 쪼개질 수도,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인구수가 적은 지방은 선거구가 통합돼 해당 지역구 의원의 차기 총선 승리가 요원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인구수가 밀집된 수도권은 2대1 비율에 따라 분할 돼 선거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것이 여야가 헌법불합치 판결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보수색채가 짙은 지방에서 다소 유리한 여당은 선거구가 통폐합 될까 전전긍긍하며 선거구 획정 논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높은 야당은 헌재의 판결을 환영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이 같은 정치권의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기는 불편하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 자신들의 ‘밥줄’과 연결되기 이전에 국민의 평등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같이 중대한 사안을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먼저 맞춰본 뒤 ‘득’이면 쌍수 들고 환영하고 ‘실’이면 언급조차 꺼려하는 여의도 현실에 국민들은 또 한숨을 내쉰다.

최근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하며 공무원들을 향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희생을 감내해달라”고 연일 애국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 말을 그대로 정치권에 돌려주고 싶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들의 평등권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활발한 선거구획정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 자신들의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며 국민의 희생만을 강조하기 전에 희생을 감내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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