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개헌 발언 사과 “대통령께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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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 개헌 발언 사과 “대통령께 죄송”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10.17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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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 참석중 민감한 발언 불찰…이완구 ”언론도 관련 보도 말길“
새정치 “여당 대표가 靑 눈치…제왕적 대통령 바로 고쳐야 한다는 증거”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 지난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개헌론에 대해 사과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7일 "대통령께서 이탈리아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회의에 참석하고 계시는데 예(禮)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불찰이었다"고 본인의 지난 16일 ‘개헌 불가피론 발언’에 대해 만 하루 만에 전격 사과했다.

중국 방문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개헌 불가피론을 이 같이 사과하면서 거둬들였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제가 예민한 개헌 논의를 촉발시킨 것으로 크게 확대 보도된 데 대해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식 기자간담회가 다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기자와 환담하던 중 개헌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이탈리아 아셈회의에 참석하고 계시는데 예(禮)가 아닌 거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그때 분명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논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만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많이 시작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그런 점을 잘 이해해주시고 제 불찰로 연말까지 개헌논의가 없어야 하는데 이렇게 크게 보도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 대표는 또 "원내대표(이완구)와 아침에 이야기했지만,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당에서 개헌논의가 일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17일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을 철회하고 사과한 것과 관련,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론인에게도 당에서 부탁드린다"고 당부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날 김 대표의 ‘개헌 논의 불가피론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한 것과 관련,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를 언론인에게도 당에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정기국회까지는 당에서 일절 개헌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개헌 불가피론과 전격 사과에 대해 아직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직접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친박(친박근혜) 주류 측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대표가 개헌론을 고리로 본격적인 '친박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이 관측됐다.

실질적으로 범친박계 일부 인사는 아직 집권 2년도 채 안지난 시기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강한 반발을 보였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친박 핵심인사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개헌을 한다면 그것은 국민 헌법이 되어야 한다. 여당 헌법도 야당 헌법도 정권 헌법도 되어선 안 되고 '김씨 헌법', '이씨 헌법'도 되어서도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최고위원은 개헌 논의 시기와 관련, "국민적 요구가 무르익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몰두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익명을 요구하면서 "얼마 전까지도 지금은 개헌 시기가 아닌 것처럼 얘기하던 김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게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면서 "헤게모니를 쥐려고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의 개헌 주장을 하루 만에 철회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과 관련, “여당은 늘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개헌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여당의 대표가 개헌 이야기를 했다가 청와대 눈치를 보는 사태야 말로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바로 고쳐야 한다는 사실이 더 드러났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집권여당 대표도 마음대로 얘길 못하고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다”며 “마음속에 있지만 여당 의원들이 제대로 개헌에 대한 논의를 잘 못하는 거라고 본다”고 질책했다.

특히 개헌추진 의원모임 공동회장이기도 한 우 원내대표는 “10여년 간 정치하면서 늘 일관되게 얘기해왔으니 (개헌) 입장 변화는 없다. 87년 체제 청산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너무나 낙후된 대통령 1인에게 의존하는 정치는 이제 대한민국이 결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되고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여야가 서로 연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김 대표가 정기국회까지는 좀 논의하지 말자고 했다. 안 하자는 게 아니다. 시기만 달라졌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비대위원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개헌논의가) 좌지우지 되서는 안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박 비대위원은 “김 대표는 개헌 발언으로 청와대가 발끈하자 대통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도대체 집권여당 대표가 청와대의 지시받고 움직이는 것은 정치도 여당도 불행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은 우리 정치가 수년간 논의한 문제이자 박 대통령도 후보 때 공약한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안에 대해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요구이고 국회의 요구인 개헌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헌론에 대해 여야의 시각차가 뚜렷한 만큼, 새누리당 김 대표가 이날 박대통령을 향해 전격 사과하고 "연말까지 개헌 논의에 반대한다"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음에도 정치권은 이틀째 개헌 관련 논란이 고조됐다.

여야 정치권은 개헌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서서히 달아오르던 국정감사까지 뒷전에 밀리면서 정치권의 다른 이슈들을 잠식시키고 있다. 개헌론자들의 비판을 받던 박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을 역설적으로 입증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김 대표의 개헌 불가피론 언급은 야당 핵심인사들의 일부 환영하고, 당사자인 본인이 전격 사과하고 나섰지만 개헌론 자체가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방향을 놓고 이해가 상당부분 엇갈린 만큼, 여권 내에서 조차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찻잔 속 태풍'으로 잦아들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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