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해져버린 정기국회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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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해져버린 정기국회의 ‘꽃’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10.1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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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한 달 간의 국회 개점휴업으로 비난여론에 직면했던 국회가 이번에는 국정감사 중 갖가지 ‘낯부끄러운’ 행동을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 대표로써 정부의 행정집행 전반을 조사해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꾸짖어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이는 국정감사가 정기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꽃’이 추해지고 있다.

여야는 국감 시작부터 발이 맞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여당이 기업 총수의 증인채택을 반대하고 나서며 이틀 간 파행을 겪어야 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서민증세 등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국정감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부르면 당장이라도 경제가 주저앉을 듯 호들갑을 떠는 여당의 모습은 ‘혹시나’ 했던 민심을 ‘역시나’ 등 돌리게 했다.

점입가경으로, 한 의원은 국정감사 중 핸드폰으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 모델의 사진을 찾아보다 카메라에 포착돼 한바탕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파행 끝에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부 국감 중 일어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이야기다.

‘쟤는 뭐든지 삐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는 비하 발언 쪽지가 국감장에서 포착된 일도 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이 지난 7일 국방위원회 국감 중 ‘필담’으로 나눈 야당 의원의 비하발언 내용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감 자료 사전검열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13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가 30분간 파행되는 등 곳곳에서 씁쓸한 소식만 들려왔다.

이 같이 반복되는 파행·논란·의혹에 정기국회의 ‘꽃’이라는 국정감사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정기국회 개회 후 한 달이나 손 놓고 있던 국회다. 남은 국감 기간에라도 ‘또 파행 치닫는 국감’, ‘부실 국감’ 등의 머리글을 담은 기사가 아닌 국회가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가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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