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민 아빠’ 오죽 답답하면 단식을 중단했을까
상태바
[기자수첩]유민 아빠’ 오죽 답답하면 단식을 중단했을까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4.08.28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치부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세월호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며 46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온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28일자로 단식을 중단했다.

그가 단식을 중단하게 된 것이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악화된 정치권의 상황이 호전됐기 때문이었다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하지만 그는 이날 아침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또 여당하고 유가족하고 대화하는데 진전도 없고, 너무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

밥을 먹고 보식을 하면서 광화문에 나가서 국민들하고 같이 함께 힘을 합치려한다”고 밝혔다. 단식 중단은 상황이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악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죽음을 각오하고 딸인 고(故) 김유민 양을 비롯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달라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던 김 씨는 한 때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병원에서 조차 한사코 식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음해성 루머와 비방글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강경한 자세로 단식투쟁을 이어왔다.

김 씨의 답답한 마음은 단식중단 선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단식 중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상대 당에게 돌리며 여전히 정치 싸움만 되풀이 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논평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 간의 두 차례의 대화 속에서 서로 간에 오해와 불신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신뢰가 회복된 것도 단식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김씨의 단식 중단을 이용하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새누리당 논평에 대해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는것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따끔한 질책을 던지기까지 했다.

김 씨는 앞서 단식 36일차였던 지난 18일 여야 국회의원들을 향해 “국회에서 밥값 못할거면 제 옆에 와서 단식이나 하시죠. 이제는 밥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입니다. 나 밥 좀 먹읍시다”라고 힐난한 바 있고, 이튿날 문재인 의원은 실제로 김씨를 찾아가 단식을 시작했다.

김 씨는 단식을 중단하면서 동조단식중이던 국회의원들에게 단식을 함께 중단하고 국회에서 힘써달라고 당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온건파를 중심으로 국회 일정을 준수하는 ‘병행 투쟁’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고 새누리당의 강고한 태도가 유지되는 한 유가족이 원하는 것처럼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으로 그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겠다는 ‘말뿐인’정치권의 외침과 행보,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정국 경색을 지켜보면서 오늘도 유가족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답답한 심경에 가슴을 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