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30㎜ 물폭탄에 남부 아수라장…5명 사망·수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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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30㎜ 물폭탄에 남부 아수라장…5명 사망·수명 실종
  • 강시내 기자
  • 승인 2014.08.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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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표류·지하차도 곳곳 침수…지하철·철도에 원전까지 멈춰

[매일일보] 5일 남부지방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5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 25일 부산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부산시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옹벽 위에서 토사가 섞인 빗물이 주차장으로 폭포처럼 떨어지고 있다.
특히 시간당 13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부산에서는 지하철과 열차가 멈춰 서고, 아파트 경로당이 흙더미에 깔려 붕괴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목포의 기상 관측설비 낙뢰 등 호남에서도 비 피해가 잇따랐다.
 
◇ 시내버스 휩쓸리는 등 부산·경남서 5명 사망
 
이날 오후 2시 50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사동교 인근 덕곡천에서 시내버스(운전사 정모·55)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다리 난간에 걸렸다.
 
이 사고로 30∼40대 여성 1명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인근 마산연세병원에 안치됐다.
 
그러나 운전사 정씨와 4명가량으로 알려진 다른 승객이 실종된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사고 현장이 바다와 불과 500m 떨어진 곳이어서 실종자가 바다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 버스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하고 있어 결과에 따라 정확한 승객 숫자가 나올 전망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크레인을 동원해 오후 6시부터 버스 인양에 나서고 있지만, 물살이 거센데다 현장 여건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날 오후 3시 15분께 동래구 우장춘로의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지하차도 안 침수된 차량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경찰은 금정산 주변에 집중적으로 내린 빗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들어 이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 25일 오후 부산시 북구 구포동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아스팔트로 흙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이어 오후 4시께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인근 경사로를 걷던 남모(60·여)씨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다.
 
“길 가던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20여분간 수색한 끝에 차 밑에 깔려 숨진 남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경사진 길에 주차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넘어져 있는 남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후 4시 30분께 기장군 일광면에서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렸다. 승용차는 인근 논으로 밀렸고 타고 있던 여성 3명 가운데 2명은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나 운전석 옆자리에 있던 홍모(53)씨는 숨졌다.
 
◇ 경로당 붕괴, 지하철 중단 등 산사태·침수에 속수무책
 
오후 2시 22분께 부산시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이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더미에 깔려 붕괴했다.
 
수 백 톤의 흙더미가 순식간에 쏟아져 콘크리트로 된 경로당을 덮쳤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비슷한 시각 부산∼울산 고속도로 장안나들목 인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부산 방면 2개 차로가 통제됐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과 순천시 서면 등 4곳의 도로에서도 토사가 일부 유실되기도 했다.
 
침수 피해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오후 2시 50분께 부산시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과 북구 2호선 구명역이 침수됐다.
 
▲ 25일 오후 2시 22분께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더미로 붕괴된 부산시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현장을 중장비가 치우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교통공사는 오후 2시 22분께부터 1호선 범어사역부터 부산대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다.
 
또 비슷한 시각 2호선 구명역부터 금곡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다. 오후 4시 20분께는 4호선 금사역이 침수돼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국철도 침수돼 오후 2시 30분께부터 부산시 기장군 기장역에서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기장군 기장역과 월례역 사이 철로가 침수되는 바람에 자갈과 토사가 일부 유실됐기 때문이라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부산 북구 구포1동 양덕여중 일부 교사가 침수됐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고 5층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도심 교통은 완전히 마비됐다.
 
중앙대로, 금곡대로, 안락교차로, 가야대로, 정관산업로 등 도심 주요 도로가 침수로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갑자기 빗물이 도로 위로 차오르자 일부 운전자는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기도 했다.
 
전남에서도 나주시 왕공면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 보닛까지 물이 차올라 운전자가 지붕 위로 대피했다가 구조되는 등 건물 침수 4건, 차량 20대, 도로 침수 32건이 접수됐다.
 
◇ 원전, 기상관측 설비도 가동 중단
 
오후 3시 45분께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설비용량 65만kW)가 폭우로 가동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의 터빈을 가동하는 증기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면서 취수펌프가 자동으로 멈춤에 따라 설비 안전을 위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 25일 집중호우로 부산 금정구 도시철도 4호선 금사역이 침수피해를 입어 부산교통공사 직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폭우로 원전이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수원은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오전 10시 13분께 전남 목포시 연산동 목포기상대 지상기상관측시스템(ASOS)에 낙뢰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풍향, 풍속, 강수량 등 관측 자료 수신이 2시간 동안 중단됐다가 복구됐다.
 
목포기상대 측은 자료 수신에 차질을 빚었으나 시설물 파손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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