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지주-외환銀, 만시지탄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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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나지주-외환銀, 만시지탄 되지 않기를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4.07.1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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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이병우 기자
[매일일보 이병우 기자]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거짓말에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째는 ‘그냥 거짓말’, 둘째는 ‘지독한 거짓말’, 셋째는 ‘통계’가 존재한다는 말을 남겼다. 특히 그는 통계수치의 취사선택, 제시하는 방식에 거짓된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예정보다 조기 통합한다고 하면서 트웨인의 ‘거짓말론’이 묘하게 일치했다.

우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2012년 5000억 이상 싼값에 인수했다고 하며, 2012년 2.17합의서를 맺었다. 그러면서 노사정은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이 보장된 이 합의서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까지 자랑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사회적 대타협은 불신과 증오만이 남았다. 하나금융은 수익의 악화를 명분으로 통합을 주장하고 결국 합의서는 한 낯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지독한 거짓말’이 돼 버렸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상황은 강대 강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 입장에서 보자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하나금융의 관계자에 전언에 따르면 실제 합의당시에도 조기통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고 한다.

김정태 회장은 수익악화로 조기통합을 꺼내 ‘그냥’ 거짓말을 해버렸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노조는 ‘지독한’ 거짓말로 인지했다.

또 하나금융의 주장대로라면 통합을 통해 세전 연간 약 3100억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노조는 하나금융이 2조원의 자산을 강탈하고, 론스타 중간배당을 통해 7800억원의 인수대금을 외환은행이 대납했기 때문에 수익이 악화 됐다고 주장한다. 양행은 유리한 부분만 골라 통계를 냈다. 잘못된 통계수치의 취사선택이다.

또 금융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2.17.합의서’에 금융당국이 입회인 자격으로 참여 했음에도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노사 간 합의가 전제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 이외에는 묵언 중이다.

금융당국의 자칫 일방적 ‘편들어 주기’로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신중한 건 알지만 노사가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직접 당국이 나설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하나금융과 외환노조가 타협을 찾는 길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병권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통합이 돼도 고용이 보장되며 직무가치에 따라 임금을 달리 평가해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잡쉐어링, 임금피크제도 고려하는 등의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갖기 다른 주장(거짓말)들이 판을 치면 사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밖엔 되진 않는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입장이 다른 양행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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